[춘천&피플] 황당무계 ‘강의극’ 도전하는 “부캐왕 선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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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황당무계 ‘강의극’ 도전하는 “부캐왕 선욱현”

    [춘천&피플] 선욱현 연극 ‘선킬라’
    제 4의 벽 허문 ‘강의극’에 도전
    ‘굿킬’ 원작, 김정훈 연출과 호흡

    • 입력 2023.02.14 00:01
    • 수정 2023.09.07 11:38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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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이 최근 춘천 중앙로 통통창의력발전소에서 본지와 인터뷰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이 최근 춘천 중앙로 통통창의력발전소에서 본지와 인터뷰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극작가부터 예술감독, 영화배우, 희곡 강사, 문화예술 행정가, 단체장까지. 선욱현이라는 한 사람을 거쳐 간 수식어는 다양하다.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을 맡은 선욱현 감독은 하루가 48시간인 양 살아가는 사람이다. 수많은 수식어가 증명하듯 그는 ‘부캐’(부가 캐릭터)가 유행하기 수십 년 전부터 수많은 캐릭터로 살아왔다.

    최근에는 연극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지난해 9년 만에 배우로 연극 무대에 다시 섰다. 당시 매년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 한 선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딴 ‘선킬라’라는 작품으로 돌아온다. 독특한 형식에 파격적인 주제, 꼭 자신만 할 수 있는 캐릭터로 관객을 만날 준비에 나섰다.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춘천 소극장 연극바보들에서 공연되는 ‘선킬라’는 2005년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된 ‘굿킬’을 원작으로 한다. 킬러 양성 강의란 충격적인 소재로 사회를 풍자한 작품으로, 춘천 출신 김정훈 연출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작품도 두 사람이 함께한다. 모노드라마 형식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3인극에서 1인극에 가까운 2인극으로 변화를 줬고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도 대폭 늘렸다. 

    “지금은 외모 자체가 퇴역이 됐어요. 분장이 필요 없죠.”

    이 작품은 18년 만에 다시 춘천 무대에 오른다. 집 보증금을 빼서 만든 김정훈 연출의 입봉작(등단작)으로 서울 초연 이후 춘천 무대에도 올렸다. 고향에서도 공연하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이번 공연도 김 연출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선 감독은 30대 중후반 나이에 청부살인 강의를 하는 은퇴 킬러 역할을 맡았다. 실제 강사냐고 묻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공연이었지만, 스스로에게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연배가 높은 관객들에게 훈수를 두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선 감독은 “과거에는 머리에 흰 칠을 하고 퇴역을 흉내 냈었다면 지금은 너무 잘 맞는 옷처럼 느껴져 좋다”며 “이번 관객들은 대부분 저보다 어린 만큼 인생의 선배로서 실제 경험에서 나온 대사를 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선킬라’를 연출한 김정훈(사진 왼쪽) 연출과 선욱현 감독이 소품을 들고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선킬라’를 연출한 김정훈(사진 왼쪽) 연출과 선욱현 감독이 소품을 들고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굿킬’이었던 작품명은 이번에 ‘선킬라’로 바뀌었다.

    김 연출은 ‘선킬라’는 선욱현이기 때문에, 선욱현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과 각본 없이 주고받는 공연 구조상 상당한 구력과 순발력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대 효과도, 조명도, 수많은 동료 배우도 없이 혼자서 이끄는 연극. 450여회 정도 ‘품바’로 혼자 극을 전개하던 마당극 경험이 있는 선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 공연은 아무리 연습해도 완성도를 예측할 수 없다”며 “관객이 채워져야 완성되는 공연이라 제가 70%를 만들면 관객이 30%를 채워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게 무슨 연극이냐며 황당무계할 거예요.”

    이번 공연은 ‘강의극’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관객을 킬러 수업 수강생으로 설정하고 주인공 배우가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무대와 객석 사이 존재하는 가상의 벽인 ‘제4의 벽’을 허물고 시작한다. 관객과 배우가 서로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급기야 술을 마시거나 전화를 받아도 상관없는 공연. 그가 이처럼 파격적인 공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선킬라’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는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의 모습. (사진=한승미 기자)
    ‘선킬라’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는 선욱현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의 모습. (사진=한승미 기자)

    “나이 들면 입맛이 변하듯 연극관(演劇觀)도 변하더라고요.”

    강원도 공립 극단의 초대감독, 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으로 수많은 작품을 마주했던 그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캄캄한 객석에 앉아 두 시간 동안 타의적으로 공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며 카바레 연극처럼 편하게 먹고 마시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선킬라’는 객석과 무대뿐 아니라 백스테이지와 무대 사이의 간격도 허문다. 객석과 무대의 조명은 일찌감치 켜놓고 조교 역할을 맡은 배우는 자신이 음향을 조절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선 감독은 말한다. “대형 뮤지컬처럼 가득 채워서 감동을 줄 수도 있지만, 연극은 결국 배우로 경쟁하는 것 아니겠어요. 알몸으로 승부하는 것, 그게 연극이죠.”

    그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선킬라’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실험해볼 계획이다. 거창한 세트도 장비도 필요 없는 ‘기동성’ 좋은 작품인 만큼 언제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 감독과 김 연출은 다른 지역 소극장 축제에 제안서를 내는 등 전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레퍼토리로 개발할 예정이다.

    선 감독은 “60살이 됐을 때 장(長)의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은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흰머리 날릴 때 현장에 있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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