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선의 예감] 입춘대길, 봄기운을 휘감는 ‘달맞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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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의 예감] 입춘대길, 봄기운을 휘감는 ‘달맞이’로  

    • 입력 2023.02.08 00:00
    • 수정 2023.02.08 17:49
    • 기자명 용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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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겨울은 추워야 제격’이라 했던가? 하지만 지긋지긋했다. 영하 20도를 넘나들기가 예사였다. 설상가상, 눈(雪)도 제법 내려 체감온도를 더더욱 냉랭하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은, 그토록 고대했던 입춘(2월 4일)을 거쳐 맞은 정월대보름은 그야말로 환하게 했다.

    춘천에 뜨는 달은 대룡산 등마루를 짚고 솟아오른다. 그 동네가 월곡리(月谷里)이니 광경이 지명 그대로다. 상원(上元)을 입증해 보인 그날의 달(月)은 넉넉한 모양새도 그랬거니와 색깔 또한 고상했다. 누런 금빛이기에 “찬란하구나”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그 색의 의미에 대해 ‘에너지 생성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상징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니 바로 서기(瑞氣). 춘천시화(市花)인 개나리꽃이 지닌 뜻, 이미지가 그렇다. 희망이다.

    그날 공지천변 다목적광장에는 사람꽃이 활짝 폈었다. 춘천문화원이 주최한 ‘2023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였다. 당혹스럽게 했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다시 연 행사였다. “저 달을 보십시오.” 그날 사위가 어둠에 휩싸인 즈음, 단상에 오른 육동한 시장은 힘찬 손짓으로 시민의 눈(眼)을 달에게 인도했다. 움츠러든 가슴, 그 막막한 심중에 서광이 비치게 했음은 물론이다.

    ‘상서롭다’고 했다. 혹독했던 추위,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기운이다. 오죽 고충이 심하면 춘천이라 했겠는가. ‘봄시내’라고 풀이하니 ‘봄이 강물을 이룬다’는 소망, 염원이다. 이 기운이 개나리꽃을 피워내고, 봄의 절정인 5월에는 ‘춘천에 걸린 달’을 듣게 한다. “복사꽃 눈발처럼 날리는 봄밤/ 달빛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할아버지/ 이 세상 어디에 무릉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만히 지팡이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네/ 춘천에 휘영청 달은 밝은데~” 이 고장에 살았던 이외수 작시, 지역에서 활동했던 포크그룹 ‘철가방프로젝트’가 배달한 이 노래가 춘천마임축제 주제가(?)다.

    그런가 하면 유안진 시인은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고 읊었다. “⋯봄은 산 넘어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 든 산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 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春川)이니까.”

    요즘이 그런 나날의 움을 틔우는 시기다. 달의 기운, 정월대보름의 서기다. 맑은 바람은 상큼하게 피부에 와 닿고, 밝은 달은 환히 눈에 들어오니 청풍명월(淸風明月)이다. 봄을 맞는 기쁨이다. 이는 암담했던 겨울을 전제로 한다. ‘추위’ 하면 춘천이다. 오죽하면 ‘춘베리아’라고 하겠는가. 춘천의 혹독한 추위를 러시아 시베리아의 그것에 빗댄 신조어다. 그런 고난을 물리고 새로운 기운을 얻는 때다. 기운생동 하는 봄맞이, 춘천의 나날을 여는 일 더욱 뜻깊고 알차게 하는 일이 과제다. 하여 발상, 생각의 전환이 요구된다.

    고된 추위를 고장의 브랜드로 국제적으로까지 인식시킨 화천산천어축제가 본보기다. 코로나19 시류 이전인 2019년 화천산천어축제의 직접적인 경제유발효과가 1300억64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지역상권 설문에서 지역업소는 축제 기간 평소보다 고객은 51%, 매출액은 31.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대 산학협력단의 ‘축제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에서 나온 수치이니 괜한 수작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시쳇말로 장사를 제대로 한 것이다. 

    희망찬 ‘봄의 고장’이라고 자부하지 않는가. 춘첩(春帖)으로 으레 쓰는 문구가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다. 대련으로 ‘건양다경(建陽多慶)’을 곁들인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이를 춘천으로 전입(이주‧전근)해 오는 이에게 덕담으로 건네기도 한다. 건강한 소원성취, 승진해서 전출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 계절, 인생의 길을 활짝 여는 춘천의 의례로 정월대보름 축제(Festival)를 활용할 일이다. 이는 고충‧난관을 딛고 일어서 기지개를 켜는, 희망을 체감하는 지혜다. 춘천시가 정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로 지정받을 당시의 테마가 그렇다. ‘전환문화도시’다. 황지우의 시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처럼 말이다. 

    ‘시민 성공시대, 다시 뛰는 춘천!’ 민선 8기 춘천시 슬로건이다. 저마다의 봄날을 위해 매진하자는 독려다. 계묘년(癸卯年), 올해 정월대보름축제를 찾은 춘천시민들은 갈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기복(祈福)이다. 더구나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길하다’고 했다. 상서로운 봄기운 체감코자 전국에서 ‘봄의 도시’ 춘천으로 향하는 달맞이 러시(Rush)를 기대한다. 물론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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