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 돈이라면 그렇게 펑펑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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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내 돈이라면 그렇게 펑펑 썼을까

    • 입력 2023.02.08 00:01
    • 수정 2023.02.09 00:04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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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S투데이 DB)
    (사진=MS투데이 DB)

    강원도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관광공사, 도로교통공단이 업무추진비(법인카드와 현금 포함)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MS투데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건보공단, 심평원, 한국관광공사, 도로교통공단, 강원랜드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강원랜드를 제외한 4곳이 대부분 직원만을 위해 혈세를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MS투데이는 기관장과 임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이나 대상자가 직원 격려·단순 업무이면 내부 사용, 다른 기관과 함께하거나 장소가 출장지이면 외부 사용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4개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내부 사용 횟수 비율은 82.7%였다. 기관별로는 도로교통공단(10월 말)이 97.1%로 가장 높았고 한국관광공사 88.4%, 건보공단 73.1%, 심평원 72.3%였다. 강원랜드(11월 말)는 직원을 위해 단 1원도 쓰지 않고, 지역단체 간담회나 전문가 협의 같은 외부 업무를 볼 때만 사용했다.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의 업무추진비는 유관기관·내부의 업무협의·간담회, 대외 행사, 직원 경조금 등으로 쓸 수는 있다. 문제는 72.3~97.1%에 달할 정도로 직원을 위한 업무추진비 지출이 적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영리법인의 비수익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추진비는 최대한 절감해 편성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역행하는 처사다. 족발보쌈집, 한정식집, 횟집, 해물탕집, 삼겹살집, 양꼬치집, 김밥집, 떡볶이집을 가리지 않고 눈먼 돈처럼 업무추진비를 썼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임원은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에 양꼬치집과 횟집에서 저녁 회식을 강행했다. 정부의 회식 자제 조치를 정면으로 치받는 행위다. 직원 격려금과 출산 축하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이 전국에 산재한 공공기관에 대한 예비조사와 본 감사에 착수해 방만한 경영과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감사결과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기재부도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을 빈틈없이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직원 회식과 단합을 위한 비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강원랜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이 거세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업무추진비와 법인카드를 흥청망청 사용한 공공기관이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과연 내 돈이라면 그렇게 펑펑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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