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콩팥은 재활용 필터⋯내 몸의 환경보호는 잘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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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콩팥은 재활용 필터⋯내 몸의 환경보호는 잘하고 계신가요?

    • 입력 2023.02.03 00:00
    • 수정 2023.02.04 06:43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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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환경이 중시되면서 재활용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환경보호를 가장 잘 실천하는 장기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콩팥(신장)입니다.

    콩팥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네프론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리사이클링 공장이지요. 모세혈관 덩어리 같이 생긴 사구체와 이를 컵처럼 에워싼 보먼주머니, 그리고 세뇨관으로 구성돼요. 사구체(絲球體)는 한자 그대로 풀면 실타래로 만든 공 모양이란 뜻이에요. 혈액이 머리카락보다 가는 혈관을 통과할 때 노폐물은 걸러내 밖으로 내보내고, 수분과 영양소는 다시 흡수해 재활용하는 거지요.

    이 같은 네프론이 콩팥 하나에 100만개나 있다고 해요. 좌우 콩팥을 합하면 200만개의 네프론이 하루 24시간 가동하면서 약 200ℓ의 혈액을 걸러낸답니다. 이중 소변으로 나오는 것은 1~1.5ℓ에 불과하니 콩팥의 재활용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교한 만큼 고장도 잦다는 것이죠. 미세한 혈관에 염증이 생기거나 압력이 높아지면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입니다. 네프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콩팥부전이라고 합니다. 급성보다 만성이 더 치명적입니다. 급성 콩팥부전증은 감염이나 면역질환 같은 원인질환을 잘 다스리면 회복이 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만성 콩팥부전증은 오랜 세월 네프론이 손상됐기 때문에 정상으로 다시 돌이킬 수 없다고 해요. 그래서 콩팥 이식을 받거나 혈액투석과 같은 인위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거지요.  

    만성 콩팥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주범이 고혈압과 당뇨병입니다. 고혈압은 지속적으로 모세혈관에 압력을 높이고, 고혈당은 걸쭉한 혈액으로 모세혈관을 막아 영구 손상을 입혀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국내 혈액투석 환자 3만1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40.8%, 고혈압 동반질환자가 27.8%로 나타났거든요.

    콩팥질환은 인구의 고령화, 그리고 생활습관병의 증가와 비례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말기 콩팥부전 환자 진료현황을 보면 2012년 5만여명에서 2021년 7만6000여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했습니다. 말기 콩팥부전증이라 함은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분들의 삶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의료비가 2021년 한 해에만 2조1600억원이 투입돼 국가보험재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콩팥병은 아주 흔한 질병입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은 자국 내 성인 7명 중 1명이 콩팥질환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합니다. 특히 당뇨환자 3명 중 1명, 고혈압의 경우 5명 중 1명꼴로 만성 콩팥부전증을 앓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처지는 아닙니다. 미국심장협회가 조사한 국가별 말기 콩팥병 유병률에서 한국은 당뇨병에 의한 만성 콩팥부전증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만성 콩팥부전증은 암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암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 45%보다 낮은 39% 수준입니다. 증상이 없다 보니 만성화된 뒤에야 치료를 받아서겠지요. CDC는 만성 콩팥부전증 환자 10명 중 9명이 병에 걸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보고합니다. 네프론이 절반만 살아 있어도 제 역할을 하는 콩팥의 특성이 병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몸 안에 독소가 쌓이고,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켜 증상이 머리를 내밉니다. 특히 혈압을 올리는 레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고혈압을 유발하기도 하죠. 또 에리트로포이에틴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적혈구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빈혈이 생깁니다. 몸이 붓고, 극도의 피로감과 무기력, 심하면 심장과 혈관기능이 망가지고 폐에 물이 차는 등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갑니다.

    진단과 치료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건강한 네프론을 많이 보존하기 위해서지요. 만성 콩팥부전증은 사구체의 여과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따라 5단계로 나뉘는데 3단계(30~59㎖/1분)부터 질병으로 간주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애를 태웠지만 다행히 임상적으로 유용한 약이 개발돼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콩팥병은 증상이 없으니 매년 선별검사를 권합니다. 보건소나 동네의원에서도 소변과 혈액만으로 저렴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고혈당을 정상치로 조절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고위험군이라면 콩팥에 부담이 되는 단백질과 칼륨 섭취를 줄이시고, 저염식을 제안합니다. 또 몸이 이유 없이 붓는다거나, 소변에 거품이 생겼을 때 한번쯤 콩팥 건강을 체크해 보는 것도 건강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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