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vs “업무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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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몰아주기” vs “업무 떠넘기기”

    ■[칼럼] 한승미 문화팀장

    • 입력 2023.02.02 00:01
    • 수정 2023.02.03 08:0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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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문화재단의 조직 비대화 논란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선8기 첫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시설·기관 위탁에 따른 춘천문화재단의 조직 비대화가 화두가 됐다. 지난해 9월 열린 춘천시의회 제320회 정례회 경제도시위원회 춘천문화재단 행정사무감사에서 재단의 위수탁업무가 방대해 인적 개편과 조직 슬림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의회는 위수탁기관에 주 책임자가 있고 재단은 중간책으로 운영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몰아주기식으로 운영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 육동한 춘천시장은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춘천시는 최근 민간위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재단에 위탁해 관리하는 문화시설 일부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공연예술창업지원센터와 김유정문학촌, 축제극장 몸짓 등 세 곳이 대상이다. 내년까지 민간위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비대해진 재단 조직을 축소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재단은 시가 2008년 출연한 재단법인이다. 2011년 춘천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축제극장 몸짓,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 등 시 위수탁사업이 확대됐다. 지난해 춘천예술촌과 공연예술창업지원센터를 맡게 돼 현재 위수탁기관은 9곳에 이른다. 시는 이번 민간위탁 전환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기관에 운영을 맡겨 시설별 효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춘천시가 최근 춘천문화재단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재단이 관리하는 문화시설 세 곳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위탁기관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시설 전문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운영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가 최근 춘천문화재단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재단이 관리하는 문화시설 세 곳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위탁기관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시설 전문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운영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러나 문제는 지역에 문화시설을 위탁할 전문기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수년간 지역 문화시설의 위탁 과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춘천인형극장을 운영한 재단은 계약이 종료되자, 2019년 시의회의 민간위탁 동의를 받고 위탁사업자를 모집했다. 2020년 전국단위로 위탁사업자를 모집한 결과, 춘천인형극제가 수탁자로 결정됐다. 신청기관이 부족하거나 심사 결과가 미달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공고한 결과다. 김유정문학촌은 2019년에는 김유정기념사업회가 문학촌 운영에서 손을 떼면서 재단이 운영을 맡게 됐다. 수차례 공고에도 민간위탁 운영 신청단체가 없자 시는 재단의 임시 위탁 운영을 결정했다.

    재단이 지역 문화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전문기관으로 전락한 과정이 시의 ‘일감 몰아주기’였는지, ‘업무 떠넘기기’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 예산을 지원받는 출자·출연기관은 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단은 잇따른 기관 위수탁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위수탁기관 시설 관리를 위해 정규직을 파견했고, 회계를 비롯한 사업 담당자의 업무 과중도 심각해졌다. 위탁사업비에서는 정원외 계약직 인력을 채용할 수 있지만 재단 정원은 증원되지 않아 늘어난 사무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에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는 시설의 면면을 살펴보면 위탁기관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김유정문학촌은 강원도 1호 공립문학관으로 기존 기능에 더한 새로운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연예술창업지원센터는 당초 국제인형극학교로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개관이 취소되면서 센터로 활용하게 됐다. 공연예술 창업 지원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운영될 계획이어서 위탁기관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의 민간위탁 전환 결정이 우려되는 까닭은 전환 배경의 방점이 재단 경영 효율화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재단의 비대화가 시설·기관 위탁에 따른 것이라면, 시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을 공공기관에 위탁하고 관리·감독에만 치중했다는 반성이 먼저 나왔어야 하는 이유다. 또 전환 결정에 앞서 시 직영 운영, 별도 법인화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민간위탁은 사유화 논란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만큼 모범답안이 아닐 수도 있다. 운영 방안 고민과 사유화 방지 대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은 위탁 전환 발표는 또 다른 떠넘기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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