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업추비] ①내부 직원끼리 82% 사용⋯법카 아닌 '밥카'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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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 업추비] ①내부 직원끼리 82% 사용⋯법카 아닌 '밥카'로 전락

    도내 주요 공공기관 5곳 기관장·임원 업무추진비 분석
    건보공단, 심평원, 관광공사, 교통공단, 강원랜드
    내부 직원 간 사용 비율 높아⋯평균 70~90% 내부 집행
    논의·보고 등 핑계로 점심 해결⋯쌈짓돈 관행 여전

    • 입력 2023.02.02 00:02
    • 수정 2023.02.16 14:0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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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공공기관 업추비】 시리즈 목차

    ① 내부 직원끼리 82% 사용⋯법카 아닌 '밥카'로 전락
    ② 이태원 애도기간에 양꼬치집서 빅데이터 협의?
    ③ "내부직원 챙겨줘 감사하죠"⋯황당한 변명

    강원도 내 주요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의 약 80% 이상을 내부 직원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식사비나 커피값 등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는데 공무에 쓰여야 할 혈세가 직원들 '밥값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해결을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와중에도 업무추진비 사용에 있어서 만큼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MS투데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관광공사, 도로교통공단, 강원랜드 등 도내 주요 공공기관 5곳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내부 직원 밥값이나 회식비 등의 용도로 낭비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내부 사용 비율은 각 기관들이 알리오에 공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근거로 산정했다. 집행 목적이나 대상자가 내부 직원 격려성 또는 단순 업무로 적은 경우 내부 사용으로, 관계기관 협의 등 타 기관이 함께 한 자리, 장소가 출장지인 경우 외부 사용으로 분류했다.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 임원의 업무추진비까지 종합한 결과다.

    기관별로 건보공단은 1099건 중 내부 직원간 사용한 횟수는 804건으로 73.1%에 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억1262만원 중 6617만원이다. 심평원은 659건 중 477건으로 72.3%, 관광공사는 769건 중 680건으로 88.4%, 도로교통공단(10월말 기준)은 554건 중 538건으로 무려 97.1%에 달했다. 4개 기관 평균 82.7% 수준이다.

    5개 기관 중 유일하게 강원랜드(11월말 기준)만 내부 사용이 '0'건이었다. 사용 횟수도 66건, 금액은 1014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강원랜드는 지역단체 소통간담회라든지, 전문가 협의 등 외부 업무추진에만 사용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통상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 임원의 업무추진비는 유관기관 또는 내부 업무협의나 간담회, 대외 행사, 내부 직원 경조금 등으로 구성한다.

    문제는 내부 직원간 지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2022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의 비수익사업 법인세법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수익사업 외의 사업추진(업무협의, 간담회 등 기관운영)을 위한 업무추진비는 최대한 절감하여 편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부 직원용으로 사용한 게 규정 위반은 아닐지라도 비용 상당수를 내부 직원끼리 썼다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조사한 5개 기관중 시장형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제외한 건보공단, 심평원, 도로교통공단, 관광공사는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정부 부처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집행한다. 자체수입보다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비중이 높은 기관이다.

    장동엽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은 “내부 직원들끼리 사용하게 되면 구체적인 사유나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여 다른 곳에 쓰고도 내부 직원들과 식사 비용으로 썼다고 해버리면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고, 결국 투명하지 못한 집행으로 이어질 여지도 커진다”고 말했다.

    사용 장소는 대부분 식당이나 카페로 ‘밥값’을 내는데 집행됐다. 집행 목적은 ‘현안 논의’ ‘업무상황 보고’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 적었다. 굳이 식당이 아닌 기관 내에서 해도 될만한 업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용원 심평원 개발상임이사는 지난해 10월 ‘평가포털 구축 사업 진행상황 관련 논의’를 원주 내 족발보쌈집에서 했다. 밤 9시 7분에 결제된 금액은 16만5000원이다.

    같은 기관 김남희 업무상임이사는 내과심사2부 직원들 4명과 ‘업무진행상황 보고’를 한정식집에서 하고, 인근 카페에서 후식을 먹었다. 이들의 점심값에는 16만8000원이 들었다.

    건보공단과 관광공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건보공단은 ‘상병수당 시범사업 업무처리지침 개정안 논의’를 해물탕집에서, 관광공사는 ‘디지털한류 콘텐츠 확보 방안 협의’를 횟집에서 했다고 적었다.

    간단하게 김밥이나 떡볶이를 먹어도 법인카드를 긁었다. 비서와 둘이 김밥을 먹은 상임이사는 집행 목적에 ‘일정 공유’나 ‘현안 논의’로 표시했다. 사실상 개인이 지출해야 할 점심값 마저도 업무를 핑계 삼아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셈이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들의 보수에는 월 14만원 정도의 정액급식비가 포함돼 있다.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업무추진비를) 내부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성격의 비용까지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는 건 문제”라면서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이 아니라 세금으로 거둔 엄연한 공금이기 때문에 뚜렷한 목적 외에 관행적인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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