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16일의 댓글왕 연*열
실시간 순위 (최근6시간)
‘또 하나의 언론사’라면 MS투데이는 필요 없었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또 하나의 언론사’라면 MS투데이는 필요 없었다

    • 입력 2023.01.31 09:05
    • 수정 2023.02.01 01:19
    • 기자명 노재현 전 MS투데이 편집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재현 전 MS투데이 편집인
    노재현 전 MS투데이 편집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병은 날로 심해지는 정파성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들이 정치 성향은 달라도 군사독재라는 공적(公敵)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던 1980년대 언론계 풍경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몇 차례 정권이 바뀌면서 민주화가 진전되었는데도 언론사들의 정파성에 따른 편향과 대립은 오히려 가팔라졌다. 권력과 거리를 두지 못했기(또는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좌파와 우파 내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었다는 필자의 인식은 그러나 춘천에 이주해 몇 년 지내는 동안 바뀌었다. 언론계는 둘이 아니라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좌파언론, 우파언론, 그리고 지역언론이다.

    그만큼 지역언론은 커다란 존재 가치와 문제점을 함께 안고 있다. 게다가 그 가치와 문제점이 기이할 정도로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정치·경제 권력에 상징자본까지 독점한 ‘중앙’이 지역언론의 현실을 외면하거나 시큰둥하게 여기는 탓이다.

    수도권과 다른 지방들 사이의 격차를 일컫는 경향분기(京鄕分岐) 현상은 의외로 뿌리가 깊다. 이미 18세기에 차이가 벌어졌고 19세기 들어 확고해졌다. 이 시기(18세기 중반~19세기 중반) 조선의 엘리트 관료 후보자 명부인 도당록(都堂錄)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80%가 서울·경기 거주자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대에도 차이는 커지기만 했다. 언론도 그중 한 분야다.

    강원도에는 올해로 각각 창립 78주년, 31주년을 맞는 지역 일간신문이 있고 지역 민방도 올해 22주년이다. 춘천에서는 시민 협동조합이 주인인 주간신문이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3년 전 이맘때 MS투데이라는 새 언론사가 탄생했다. 춘천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로, 인터넷판과 함께 주간신문 ‘MS투데이 위클리매거진’을 매주 시민들에게 배달한다. 기존 지역언론이 본분에 100% 충실했다면 굳이 새 언론이 들어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비슷하게 그저 그런 언론사를 또 세우는 것은 자원 낭비이자 시민에 대한 결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MS투데이의 등장은 시민·독자들의 기존 언론에 대한 아쉬움과 목마름에 부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필자는 최근까지 신생언론 MS투데이의 취재, 보도, 운영에 관여했다. 일부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MS투데이 기자들의 급여수준은 서울의 내로라하는 언론사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춘천지역 다른 언론과는 당연히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신입기자들을 선발해 1년 정도 훈련시키면 이내 수도권 언론사로 이직하곤 했다.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월급이 확 줄더라도 서울에 살고 싶고, 서울에 있어야 하다못해 연애 상대라도 만난다고 여겼을 법하다. 편집 책임자로서 남모르는 마음고생이 많았다. 오죽하면 ‘수강생에게 거꾸로 고액을 제공하며 가르치는 서울언론사 취업 준비 학원’이라는 자조까지 했을까.

    서울에 비해 지역은 관(官)의 힘이 너무 세다. 언론의 견제 기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한 다리만 건너도 뻔히 아는 좁은 곳에서 기존 언론사 기자들은 관의 강한 입김과 언론사의 열악한 재정환경 사이에서 가끔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 와중에 태어난 신생언론 MS투데이의 초창기는 출입처 공직자로부터 외면당하고, 기자실 출입조차 거부당하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MS투데이는 튼튼한 자본 덕에 기자들이 취재와 보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언론 본연의 권력 견제와 감시 기능에 충실할 수 있었다. 몇 차례의 특종과 따끔한 기획기사들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독자, 일반시민들의 격려와 칭찬이 잇따라서 반갑고 고마웠다.

    필자가 알기로 MS투데이의 지향점은 역사를 자랑하는 기존 언론사의 닮은꼴이 아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견제하고 독자와 시민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MS투데이는 방송사가 아닌데도 자체 녹화 스튜디오와 장비를 마련해 가동하고 있다.

    서울에서 지역을 외면하고 시큰둥해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지역이 스스로 일어서고 활기를 찾으면 서울의 허상은 시나브로 사라진다. 언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MS투데이가 앞으로도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시민 대신 세금을 감시하고, 경제활동을 고무하는 일을 충실히 해주기 바란다. 창간 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