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새해 벽두 ‘역발상 투자자’의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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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새해 벽두 ‘역발상 투자자’의 기습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삼성전자주 돌연 상승세 반전 
    역발상 투자, 개인들의 불안심리로 과매도된 주식 ‘줍줍’

    • 입력 2023.01.17 00:00
    • 수정 2023.01.17 11:51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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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거꾸로 움직였다. 이날 1% 오른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줄곧 오름세를 타며 올해 들어 9%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과연 바닥을 쳤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증권가에선 ‘역발상’ 투자자들이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역발상 투자란 재테크 시장에서 일시적 수급 사정 악화나 일회성 악재 등으로 가격이 떨어져 대부분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해 큰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법으로 일반 투자자와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역발상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들을 보면 미래에 대해 비현실적일 정도로 낙관적이며 사건이 막상 터지더라도 좋은 쪽으로 해결되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어떤 위기나 상황을 통제하는 스스로의 능력에도 맹목적 신뢰를 가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이 걸린 주식 투자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 심리학에선 ‘확증편향성’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성은 자신의 이익과 맞아떨어지는 정보와 지식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외면하는 특징을 보인다. 모든 정보를 팩트와 상관없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만이 진실이고 그 이외의 것은 모두 잘못됐다고 믿는다.

    시장에서 대중이 선호하는 주식은 투자자의 이런 편향성과 기업의 수익이나 경기 전망 등 현실 세계가 상호작용하면서 움직인다. 현실에 근거한 추세와 그 추세에 대한 투자자의 오해와 편견이 주가를 오르내리게 한다. 시장의 추세를 알아차린 투자자의 편향된 기대로 추세는 점점 더 강화돼 주가가 과도하게 고평가되는 거품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현실과 편견의 간극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때까지 이어지다가 마침내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뒤집어지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가 하락기에도 현실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들 때문에 과매도 구간이 생기고 주가는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게 된다. 시장 인기주는 대개 이런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한번 호된 뭇매를 맞은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뉴스가 나와도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시장에서 투자자의 외면 속에 과소평가된 소외주는 부정적인 뉴스에 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긍정적인 뉴스가 나오면 주가가 뛸 여지가 많다. 소외주는 투자자의 편향성이 개입할 여지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역발상 투자자들은 바로 이런 소외주의 특징에 주목한다. 

    미국의 데이비드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의 ‘제왕’으로 통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드레먼은 소외주와 과매도 구간에 처한 위기의 인기주에 투자해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재무상태가 튼튼하지만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닌 투자자의 과민반응이나 두려움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주식은 저PER(주가수익비율), 저PCR(주가현금비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고배당 4가지를 두루 갖춘 ‘가치주’였다. 이들 종목은 부진한 실적이 계속돼도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지 않고 가끔 발생하는 실적 호전이나 그 신호를 계기로 주가가 화려하게 상승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고PER, 고PBR, 고PCR 종목은 이제까지의 실적 상승세와 성장 전망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는 발표가 나오면 크게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역발상 투자도 과실을 따먹으려면 장기 보유해야 한다는 게 드레먼의 지론이다. 그는 ‘위기’를 ‘변동성’(주가의 단기 등락)과 동의어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변동성과 수익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며 변동성에 관한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라고 충고했다. 시장은 단기적으론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론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드레먼이 애지중지하던 가치주는 최근 10년 동안 저금리에 따른 투자 매력이 부각된 ‘성장주’의 위세 앞에서 맥을 못 췄다. 또 저PER주, 저PBR주는 주가가 많이 올라 고PER주, 고PBR주가 돼 실질가치가 크게 퇴색했다. 주식을 분석하는 매체도 신문·방송 중심에서 블로그·SNS·유튜브 등으로 다변화해 역발상 투자기법이 잘 먹혀들지 않았다. 드레먼 펀드 수익률은 2014년 이후 미국 S&P보다 부진했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흥분할 때 같이 흥분하고 두려워할 때 같이 두려워하며 자주 심리적 오류에 빠진다는 것을 간파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춤추는 한 이런 투자자의 본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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