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선의 예감] 신임 김유정문학촌장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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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의 예감] 신임 김유정문학촌장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 입력 2023.01.11 00:00
    • 수정 2023.01.12 00:07
    • 기자명 용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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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김유정(金裕貞, 1908~1937). 이 세 글자를 컴퓨터 파일에 새겨놓고 수일째 번민했다. 김유정문학촌 신임 촌장이 선임됐다는 뉴스를 접한 게 지난 연말이었으니 적잖은 고민이었다. 예감의 갈피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보니 우선은 이렇게 적어 실마리의 가닥을 더듬는다. ‘불편한 진실’. 그렇다. 근래 들어 ‘김유정문학촌’을 주시하는 시선‧생각이다.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수긍하기 힘든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던 탓이다.

    김유정은 분명 자랑스러운 문화인물이다. 그가 남긴 작품과 가슴 저미게 하는 삶의 궤적은 우러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강원일보사에서 문화부 기자‧부장, 논설위원으로 일했던 필자에게 소설가 김유정에 관한 사안은 최우선 취재 대상이었다. 김유정기념사업회를 강원일보에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유정, 열차 타고 돌아왔다.’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공식 개명된 2004년 12월 1일자 강원일보 특집면 제목이다. 전전날, 늦가을이자 초겨울이었던 주말에 필자의 발길은 절로 그곳으로 이끌렸다. 김유정역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자 취재한 기사에 편집기자가 내세운 제목은 그해 ‘한국편집상(한국편집기자협회)’을 수상했다. 국립국어원이 교재에 인용한 심사평이 김유정의 가치를 더하게 한다. “다시 봐도 수작이다 ⋯ 역에 사람 이름을 붙이고, 그 주인공이 열차를 타고 우리 곁으로 온다고 했다. 기자의 상상력과 언어를 무리 없이 가공하는 솜씨가 가히 그윽하다.”

    그렇듯 ‘김유정’은 춘천을 의미하는 말로 대치되곤 한다. 문학을 넘어 문화예술계, 웬만한 교양을 갖춘 사람들에게 소설가 김유정은 자부심을 취하게 하는 표상이다. 비단 춘천사람만이 아니다. 국민적 인식이 그렇고 춘천이라는 고장에 대한 이미지 또한 그렇다. 김유정 탄생 100주년이었던 2008년 2월 12일 춘천 베어스관광호텔에서 열린 ‘봄·봄 스토리페스티벌’ 선포식에서 특별강연을 한 이어령(문학평론가, 문화부 장관 역임)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지역적 특징을 반영한 딱 떨어지는 작가로 서정주 시인과 김유정 소설가를 꼽게 된다. 지역 서민들의 언어와 스토리로 작품을 창작한 것은 강원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 슈베르트의 작품 배경인 ‘로렐라이’에 전 세계에서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처럼 김유정의 소설 공간 자원을 관광콘텐츠화 해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유정문학촌이 그 근간이자 원천이며 본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문학촌이 개관한 게 지난해로 스무 돌을 넘었다. 올해가 21년째다. 성년에 든 셈이지만 성장통은 여전해 보인다. 문학촌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이해가 이전투구를 방불케 하는 갈등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 갈등이 지난해 85주기 추모제(기일 3월 29일)가 두 곳에서 열리게 했다. 문학계가 양분됐다는 증거다. ‘어디로 가야 하나 ⋯ 올해도 따로 열린 김유정 추모제’ 불미한 실상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 헛웃음을 짓게 했다. 도하 언론 보도에는 추모제 장소가 두 곳으로 나왔지만 실은 3곳에서 열렸다. 의암호변 김유정문인비 앞에도 제상이 차려졌었다.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그 문인비 건립이 김유정 선양사업의 시발이라는 점이다. 예총강원도지부와 김유정문인비건립위원회가 삼천동 의암호변 길가에 세운 이 조형물은 1968년 5월 29일 오후 2시에 제막식을 치렀다. 작고 30주기 해였으니 56년 전의 일이다. 이를 계기로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정식으로 꾸려졌고, 이를 강원일보사에서 주도해 운영해 왔다. 장구한 세월을 타고 넘은 이 기념사업회는 2008년 탄생100주년기념사업회로 이관됐다. “문학인들의 형편이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신문사에서 맡아 운영했으나 이제는 문인들이 김유정 선생을 잘 모실 수 있는 여건이니 넘겨드립니다.” 기념사업회를 문학계에 건넨 취지다.

    20여년간 수천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된 것으로 간파되는 김유정문학촌은 그 정성만큼이나 명성을 쌓은 게 사실이고, 그 점 부인할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은 2019년 문학촌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촉발됐다.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기념사업회 간의 이해 충돌이 볼썽사나운 모양새를 보이면서 ‘문학진흥법에 의한 강원도 제1호 공립문학관’이라는 명예를 무색케 했다. 문학적 정의와 효용, 인간적 도리와 소신의 엇갈림이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다. ‘국민정서법’이라는 말을 되새기게 하니 말이다.

    이제 문학촌의 키(key)는 신임 촌장인 원태경 시인에게 쥐어졌다. 우러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입지전적인 인생 궤적에 강원도의원‧강원도의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한 역량으로 갈등을 씻어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육동한 춘천시장이 보수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 요인이 상대를 존중하는 데서 기인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편, 네 편,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지혜’다. 김유정문학촌을 운영하는 묘책의 일례다. 지역 문학계를 두루 아울러 시민‧국민이 상쾌한 기분에 따라 김유정문학촌으로 발걸음하게 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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