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이구하 작가, 춘천 국제미술 교류의 장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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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이구하 작가, 춘천 국제미술 교류의 장 만든다

    [인터뷰] ‘거북이 화가’ 이구하
    직접 기획한 동아시아 교류전 춘천 개최
    동아시아 예술인 협력단 창단 겸한 자리

    • 입력 2023.01.04 00:00
    • 수정 2023.09.07 11:4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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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육인전’이 열리고 있는 춘천 카페 올훼의땅. (사진=한승미 기자)
    ‘동아시아 육인전’이 열리고 있는 춘천 카페 올훼의땅. (사진=한승미 기자)

    지역의 한 화가가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는 교류 전시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거북이 화가’로 유명한 이구하 작가. 그는 최근 춘천 카페 올훼의땅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해외 작가가 참여하는 교류전을 기획, 개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3일 올훼의땅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춘천을 순수예술의 아시아 거점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개막한 ‘동아시아 육인전’에서는 한국의 이구하, 안용선, 박대근 작가와 고 기하라(일본), 유주루(일본), 저우청청(중국) 등 6명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모두 24점으로 소품 위주로 전시되고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목판화 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작업물을 공개했다. 3일 낮에 방문한 전시장은 이미 빨간 스티커(판매 완료를 의미하는 표시)가 붙은 작품들이 상당수였다. 불과 하루 반나절만의 성과였다.

     

    본지는 3일 춘천 카페 올훼의땅에서 이구하 작가와 인터뷰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본지는 3일 춘천 카페 올훼의땅에서 이구하 작가와 인터뷰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고향 춘천에서 동네잔치만 할 것이 아니라 인터내셔널(국제적)하게 놀아야겠는 생각이요.”

    그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기까지 5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지인과 이야기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곧바로 작가들에게 참여하겠냐고 전화와 문자를 돌렸다. 연락을 받은 작가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수익을 바란다기보다 그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 참여 작가들은 자비를 들여 한국에 작품을 보냈다. 

    그는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기획한 전시처럼 말했지만, 사실 20년 가까운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작가는 지역보다는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와 중국, 일본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여러 국가를 다니며 재료를 사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 로컬 작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했다.

    “촌놈이 산속에서 그림만 그린다고 누가 알아주나요. 자기 작품만 만드는 게 예술가라지만 좀 더 열린 사고를 갖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인생 목표였어요.”

     

    ‘동아시아 육인전’에는 이구하 작가를 비롯한 3개국 6명 작가가 참여했다. 사진은 목판화 기법을 활용한 이 작가의 작품들. (사진=한승미 기자)
    ‘동아시아 육인전’에는 이구하 작가를 비롯한 3개국 6명 작가가 참여했다. 사진은 목판화 기법을 활용한 이 작가의 작품들. (사진=한승미 기자)

    이 같은 활발한 활동이 이번 전시를 가능하게 했다.

    그는 2017년쯤 일본 후쿠오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로 방문했던 갤러리에서 한 작가를 만났다. 작품이 마음에 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해당 작가는 일본어를, 이 작가는 한국어와 영어만 할 줄 알아 대화가 어려웠다. 해당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다 자신과 같이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프랑스어로 교감하게 됐다.

    그때 만든 인연이 바로 이번 전시에 참여한 기하라 고. 작가 소개로 후쿠오카와 도쿄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등을 열었고 이번 전시에 참여한 유주루 작가와 인연을 쌓았다. 

    이렇게 교류한 작가들이 뜻을 모은 자리가 이번 단체전이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예술인협력단 창단을 겸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창립기념전과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대신 ‘창단 실험전’이라 불러달라고 했다.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국제 교류전을 여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아시아 육인전’에 전시되고 있는 고 기하라 작가의 작품들. (사진=한승미 기자)
    ‘동아시아 육인전’에 전시되고 있는 고 기하라 작가의 작품들. (사진=한승미 기자)

    그의 실험은 이미 성공의 신호탄을 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도 일찌감치 다음 전시는 서울에서 열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춘천에서 시작해 서울, 중국, 일본 등에서 규모를 키워가며 전시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벌써 순항 조짐을 보인다.

    이 작가는 “춘천이 아시아의 중추적인 역할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전시로 일단 동아시아부터 시작하게 됐다”며 “예술인들끼리 똘똘 뭉쳐서 하다 보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부터 멀리는 인도, 스리랑카, 터키, 이스탄불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 중국 칭다오 등에서 정기전을 개최하면서 참여 작가 수도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9일 오후 6시에는 이구하 작가와 안용선 작가의 퍼포먼스가 마련된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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