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풍경과 말을 찾아서⋯옛 강원도로 떠나는 마음 여행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라진 풍경과 말을 찾아서⋯옛 강원도로 떠나는 마음 여행

    김도연 소설가 에세이 ‘강원도 마음사전’
    추억 속 토속적 단어서 찾는 강원의 정서
    캠프페이지, 무장공비 등 에피소드 눈길

    • 입력 2023.01.03 00:00
    • 수정 2023.01.03 13:05
    • 기자명 한승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춘천 사람들의 말은 나긋나긋했다. 부드러웠다.”

    어린 시절 대관령 산골짜기에서 춘천으로 유학을 떠난 소년에게 춘천의 첫인상은 나긋나긋한 말씨였다. 소년은 여자도 아닌데 ‘어디 가니?’라고 말하는 말투가 낯간지러웠지만, 왠지 부러워 골목길에서 몰래 따라 했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춘천은 말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처음으로 보여준 도시였다.

     

    ‘강원도 마음사전’ 표지. (사진=도서출판 걷는사람)
    ‘강원도 마음사전’ 표지. (사진=도서출판 걷는사람)

    시대의 빠른 변화로 사라지는 것은 풍경만이 아니다.

    쓰임을 잃은 등잔불, 지게, 농기구와 같은 물건과 함께 그것을 불렀던 언어와 문화도 사라진다. 이처럼 서서히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경과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 ‘강원도의 마음사전’이 최근 출간됐다.

    평창 대관령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도연 소설가의 지역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책이다.

    책은 중년이 된 한 작가가 잊혀가는 고향의 풍경과 말을 찾아가는 추억 여행의 기록이다. 작가는 평창과 춘천, 속초, 강릉 등 유년 시절 기억을 넘나들며 강원도 정서가 가득 담긴 토속적인 단어들을 되살려낸다. 

     

    김도연 소설가. (사진=도서출판 걷는사람)
    김도연 소설가. (사진=도서출판 걷는사람)

    이야기는 ‘강냉이밥 먹는 꿈을’, ‘속초의 북쪽 사람들에게’, ‘소는 가장 하기 싫은 숙제였다’ 등 3부로 나눠 펼쳐진다. 그 안에는 ‘강냉이밥’, ‘갈풀’, ‘달그장’ 등 토속적인 강원도의 말을 담은 내용부터 ‘대굴령’, ‘속초’, ‘강릉’ 등의 지명들에 얽힌 일화들이 담겼다.

    강원도에서 구전되던 사투리들과 함께 지역민들만 기억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일화들도 볼 수 있다.

    캠프페이지에 중국 민항기가 비상 착륙한 일과 국군을 무장공비로 오인한 아버지가 속옷 바람에 어머니를 두고 도망간 일 등의 이야기들이 옆 사람에게 말하듯 나긋나긋하게 전달된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에서 강원도 특유의 투박한 정겨움이 전해진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