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용역] ③결론 정해놓고 발주한 4억짜리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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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먹는 용역] ③결론 정해놓고 발주한 4억짜리 용역

    시내버스 공영제, 공영·민영 반복⋯3차례 용역에 4억3270만원 지출
    용역은 정책 정당화 수단
    이미 공영제 결론 나온 연구소에 다시 용역 맡겨

    • 입력 2022.12.16 00:02
    • 수정 2024.01.02 13:4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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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학술연구용역은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의 타당성을 외부 전문기관에 자문하는 과정이다. 춘천시도 연간 30~50건의 학술용역을 발주해왔다. 그런데 무작정 용역만 맡기고, 흐지부지 끝나 용역비만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걸 왜했지' 생각이 드는 황당한 용역부터, 시장 한마디에 엎어지고 깨진 용역까지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MS투데이가 최근 5년간 춘천시의 학술용역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③ '답정너' 유형 | 민영제였다 공영제 결론 나왔는데 또 재용역

    춘천 시내버스 공영제를 놓고도 지리한 용역이 반복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에 따라 용역을 다시 하거나, 시장이 바뀌자 또 다시 번복하면서 용역비만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29만 시민의 발이 돼주는 중요한 현안을 기관장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하고 갈등만 키우는 실정이다.

    첫 번째 용역은 지난 2018년 실시했다. 국가경제연구원에 1억1290만원을 내고 ‘춘천시 대중교통 체계 개편’ 용역을 의뢰했고, 현행 민영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이후 버스회사를 인수한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이 운영하다 노선개편 실패와 적자난으로 버스노조가 공영화를 요구하자 이 전 시장이 공영제를 선언했다.

    이후 두 번째로 2020년 말 1980만원을 들여 공영제의 타당성을 다시 알아봤고, 결과는 공영제로 도출됐다. 용역 수행은 민간기관인 21세기산업연구소로 변경했다.

    나아가 시는 본격적인 공영제 도입을 위해 2021년 말 세 번째 용역 예산을 편성했다. 앞서 2018년과 2020년 용역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이 이미 공영제를 선언하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 용역을 한다는 점에서 결과를 정해놓은 ‘짜맞추기식 용역’이 될 거란 비판이 나왔다.

    당시 김운기 춘천시의원은 “용역이라는 건 절차적 정당성이나 참고자료로 시민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한 것인데 다시 용역을 하겠다는 건 ‘기우제식 용역’에 불과하다”며 “시장님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용역을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는 결국 올해 4월 3억원을 더 들여 이미 공영제 결과를 도출해낸 21세기산업연구소에 또다시 용역을 맡겼다. 

    공영제로 굳어지던 상황은 같은 해 시장이 바뀌면서 또다시 뒤집어졌다. 새로 취임한 육동한 시장이 공영제를 원점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완전공영제를 미리 정하고 맡기는 용역이 시민 판단과 선택의 폭을 좁힌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원점 재검토를 위해 같은 기관에 용역 과업을 확대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공영제가 타당하다는 결과를 낸 기관에 또 다시 의뢰한 점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용역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9월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교통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사실상 공영제를 전제로 한 보고”라며 시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운기 시의원은 “원점 재검토한다해서 민영제도 깔려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중간보고를 보니 아예 공영제를 전제하고 있었다”며 “답을 정해놓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보고서 내용도 상투적인 내용 일색”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MS투데이가 중간보고서를 확보해 살펴본 결과 아예 과업목적 자체를 ‘공영제 시행과정의 전문성·안정성을 도모’한다는 식으로 정해놨다. 이어 ‘공영제 도입으로 교통의 사회적 편익 증가와 시·군민을 위한 서비스, 버스 안전 등 미래지향적 교통서비스의 관점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공영제의 타당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민영제에 대한 종합평가로는 ‘춘천시의 재정부담 심화, 대중교통 서비스의 양적, 질적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정책이 혼란을 겪으면서 시내버스 관련 용역 비용만 총 4억3270만원이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런 식의 오락가락 용역 발주가 지자체의 발전적인 정책 수립보다는 지자체장의 공약 이행이나 치적 쌓는 행정에 치우쳐 예산 낭비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성권 기자·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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