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탈에 선 ‘지역대학’, 쥐꼬리만한 道 ‘지원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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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비탈에 선 ‘지역대학’, 쥐꼬리만한 道 ‘지원예산’

    • 입력 2022.12.09 00:00
    • 수정 2022.12.09 18:59
    • 기자명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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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지역대학 소멸은 지역의 지식연구 생태계 붕괴와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복구가 불가능한 지역 소멸을 가져온다. 작년 말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발표한 ‘인구변동과 미래 전망, 지방대학 분야’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25년 내에 강원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23개 도내 대학 중 2046년까지 10개 대학, 43.5%만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도내 ‘대학 소멸’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관동대 양양캠퍼스 폐교, 2016년 경동대 고성캠퍼스 정원 90% 감축, 2018년 한중대 폐교까지, 기존에는 관내 ‘대학 소멸’이 주로 영동지역에 한정돼 왔다면, 이제 한파가 춘천을 비롯한 영서 지역까지 몰아치고 있다. 춘천의 한림성심대는 줄곧 70%가 넘는 취업률로 도내 취업률 1위를 차지할 정도의 탄탄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의료기기정보학과, 호텔관광경영학과 등 3개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학내 분규가 발생했다. 최근 강원대는 102명, 강릉원주대는 153명의 입학 정원을 선제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내부적으로 도내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재학생들은 학교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가며, 졸업 후에는 급격히 타지로 이전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도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2021년 2월 기준 도내 일반대학 9곳의 평균 충원율은 88.9%이다. 이는 전년도 96.7%에 비해 무려 7.8%p 하락한 수치다. 대학별로 보면 강릉원주대 8.5%p, 한라대 13.6%p, 가톨릭관동대의 경우 23.1%p 떨어진 71%의 충원율을 나타냈다.

    기존 재학생들의 중도탈락률(자퇴율)도 심각한 상황이다. 강원대는 2021년 자퇴율이 6.1%로 전국 지방거점 국립대 중 최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졸업 후 강원도를 떠나는 졸업생 비율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도내 20~24세 전출자 수는 2021년 1만2904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무려 23.2%나 늘었다. 온다는 이는 갈수록 줄고, 있는 이들마저도 떠나가면서 대학 공동화 현상이 급격하게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지역대학 살리기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지원비 비중을 보면 지역대학은 평균 52억원으로 수도권 대학이 기록한 149억원의 30% 수준이고, 재정지원사업 평균지원금도 수도권 대학의 76%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대학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6~2017년 ICT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전국 이공계 대학 50곳을 대상으로 한 ‘정량 및 평판도 평가’에서 도내 대학은 30위 이내에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

    강원도와 지자체는 중앙정부 대신 지역대학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공허한 ‘말풍년’뿐이다. 강원도가 올해 도내 대학에 실제 지원한 예산은 200억원밖에 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내년 예산에서는 50억원을 깎은 150억원이 책정됐다. 올해 예산 200억원 중에서도 도 직속 교육기관인 강원도립대학 운영지원비 120억원을 제외하면 도내 22개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고작 8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도내 대학별 평균 지원금은 4억원, 요즘 중소형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액수다. 이는 강원도가 내년 초중등에 지원하는 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이전 예산 4071억원의 4%에 못 미치는 쥐꼬리만한 대학 예산 지원인 것이다.

    현재 강원도에는 ‘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다. 이 조례에는 지역인재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도의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조례 11조에는 도가 직접 대학에 지원하도록 ‘경비보조 및 지원’ 항목까지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까지 회의는 단 두 차례 열렸고, 코로나19로 인해 그것도 비대면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기 힘들다. 유명무실한 조례와 생색내기용 쥐꼬리 예산인 셈이다.

    입으로는 “대학 소멸이 지역 소멸”이라고 외치지만, 강원도와 지자체의 민낯을 뜯어보면 참으로 ‘어이 상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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