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중꺾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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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중꺾마’

    ■[칼럼] 윤수용 콘텐츠 1국장

    • 입력 2022.12.08 00:01
    • 수정 2022.12.09 06:59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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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꺾마’의 주인공인 춘천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이 경기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꺾마’의 주인공인 춘천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이 경기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월드컵 8강 무산'이라고 쓰고, '화려한 라스트 댄스'로 읽는다. 대한민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은 지난 6일 브라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분패했다. 한국의 월드컵 여정은 종착역에 도착했다. 원정 16강이란 값진 성적표를 받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 (중꺾마)’ 대한민국은 이번 월드컵 기간 ‘중꺾마’ 열풍에 잠 못 이루는 응원을 펼쳤다. MZ 세대들 사이의 유행어를 넘어 응원 구호가 됐다. 이 표현은 지난 10월 ‘롤드컵’으로 불리는 ‘월즈(Worlds)’ 10년 도전 끝에 우승한 게임업계에선 ‘노장(老將)’으로 분류되는 프로게이머 데프트(26·김혁규)의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는 ‘언더도그 승리의 상징’이 됐다.

    카타르월드컵은 이변의 연속이다. 경기 결과가 아니라 각국 부상 선수 얘기다. 이번 월드컵은 역사상 첫 겨울 대회로 유럽 5대 리그 시즌 중 열리고 있다. 선수들은 리그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하고 카타르로 이동했다. 당연히 출전국들은 부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태극전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독 부상 선수가 많았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조국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을 짊어지고 월드컵에 출전한다. 개인의 영광은 덤이다. 그러나 각 소속팀에서 살인적인 리그 일정을 소화한 직후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완벽한 제 실력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또 건강한 선수들도 혹사를 당하며 피치에 쓰러지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주장 손흥민은 EPL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해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후 대표팀의 모든 경기에 나섰다. 대한민국 공수 핵심인 황희찬과 김민재 등도 부상으로 신음했다.

    춘천이 배출한 태극전사 손흥민과 황희찬은 조별리그 동안 입길에 올랐다. 손흥민은 '마스크 투혼'을 불살랐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에는 못 미쳤다.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멈춰선 ‘황소’ 황희찬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내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각오로 벤치에 대기한 황희찬은 "두 경기에 못 나오는 동안 동료들이 아픈 상황에서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많이 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 통증은 쉬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다. 부상 여파에 따른 출전 불발과 경기력 저하가 그동안 헌신을 덮을 수는 없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기간 주축 선수 부상으로 결과가 좋지 않은 대표팀에 일부 팬들은 "손흥민 빠져라" 등의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하지만 바로 "최선을 다했다"는 격려 댓글이 이를 덮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선수들에게 화살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오죽 답답할까.

    이들의 부상에 아쉬움과 원망을 표현하고 결과에 접목하기 전에 그동안 건강하게 묵묵히 본인의 자리를 지켰던 그들의 활약에 조명을 비춰주는 예우도 필요하다. 이는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지급해야 하는 값이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여전히 선수들, 코치진들의 노력과 성과에 부끄러움을 모르고 키보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고 함께 호흡을 해주신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잘 충전해서 힘내겠다”며 ‘키보드 워리어’를 저격했다. 손흥민도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했다.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할 자격을 갖출 때까지 ‘중꺾마’한 태극전사에게 존경을 표한다.

    앞서 필자는 칼럼 ‘춘천은 손흥민 보유 도시’(본지 6월 9일자)를 통해 ‘CC(춘천) 듀오’를 재조명했다. 당시 2022 카타르월드컵 6월 모의고사 첫 승리를 이끈 손흥민과 황희찬의 이야기다. 두 태극전사는 모두 춘천시 후평동 출생이다. 4년 터울의 선후배지만 평행이론의 주인공이다. 월드컵 본선에 나선 춘천 태극전사들은 9%의 확률을 뚫고 16강을 견인하는 골을 합작했다. 최선을 다한 춘천 태극전사들에게 다시 한번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카타르월드컵은 부상 악령에 스타들이 사라지고 신음한 이변의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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