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빼 쓴다⋯자영업 폐업 공제금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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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자금 빼 쓴다⋯자영업 폐업 공제금 ‘역대 최대’

    소기업·소상공인 목돈 마련 위한 ‘노란우산’
    경기 침체 속 폐업 등 노란우산 해지 급증
    춘천 노란우산 지급액 2019년 대비 88%↑
    중기중앙회 “상인들, 어쩔 수 없다는 반응”

    • 입력 2022.11.22 00:02
    • 수정 2022.11.24 06:40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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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자금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게 문을 닫게 생겼어요.”

    21일 춘천 교동의 한 음식점 사장 박모(63)씨는 요즘 가게를 폐업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불경기까지 겹쳐 손님이 급감하면서 가게를 아무리 운영해도 손해만 겨우 면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폐업 신고를 하면 노후 자금을 위해 모으고 있던 ‘노란우산’ 공제금을 2000만원 정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이 돈으로 한숨을 돌리면서 다음 일을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주로 노후 대비용으로 가입하는 '노란우산 공제금'의 지급 액수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와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해 결국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대거 공제금을 수령해 가서다. 직장인의 퇴직금이나 마찬가지인 공제금을 폐업과 함께 수령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음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강원본부가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춘천에서 노란우산 해지로 인한 공제금 지급 건수는 508건으로 금액은 총 56억100만원이었다. 강원도 전체(2499건)의 20.3%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363건·29억7900만원)과 비교하면 145건(39.9%), 26억2200만원(88.0%) 증가한 수치다.

     

    21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 강원본부 앞에 놓인 '노란우산' 홍보물. 코로나19와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한 폐업으로 노란우산 공제를 해지하는 상인들이 급증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21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 강원본부 앞에 놓인 '노란우산' 홍보물. 코로나19와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한 폐업으로 노란우산 공제를 해지하는 상인들이 급증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노란우산은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 및 노후보장을 위해 마련된 공제 제도다. 가입자는 매월 5만~100만원까지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고 폐업이나 사망, 노령 등을 이유로 그동안 모았던 금액에 이자를 더해 한 번에 돌려받을 수 있다. 공무원이나 군인처럼 연금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노후에 대비해 퇴직금 용도로 주로 이용한다.

    공제금 지급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사유는 폐업이었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춘천에서 폐업으로 공제금이 지급된 사례는 481건으로 총액 47억9400만원이었다. 전체의 85.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노령(11.0%), 사망(3.4%)이 뒤를 이었다.

    올해가 아직 두 달이 남았음에도 연간 폐업 공제금액은 역대 최고치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올해는 지난해(546건·39억4200만원)보다 지급 건수는 적지만 금액은 8억5200만원(21.6%) 더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25억5100만원)과 비교하면 22억4300만원(87.9%) 늘어 두 배에 가까운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경기 악화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계속 증가할 경우 연말까지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내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증가하며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지역 내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증가하며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최민준 기자)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 연 3.0%에서 한계에 처하는 소상공인은 124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4.0%까지 인상될 경우 한계 소상공인이 132만~136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폐업으로 공제금을 돌려받기 위해 왔던 상인들을 보면 경기가 안 좋아서 어쩔 수 없다며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폐업 후 공제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다음을 준비하거나 폐업 상인을 대상으로 한 재기 교육을 받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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