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선의 예감] 문화원장 후보, 신망받을 채비는 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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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의 예감] 문화원장 후보, 신망받을 채비는 되셨겠죠?

    • 입력 2022.11.17 00:00
    • 수정 2022.11.18 00:06
    • 기자명 용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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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떤 테마가 적절할지 골몰하고 있던 오후,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인은 익숙한 이름이다. 문화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였다. 수신 버튼을 누르자 다짜고짜 견해를 따져 묻는다. 이러저러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지를 말해 달라는 것이다.

    아예 추궁이다. 강요하다시피 한 말투가 거슬렸지만, 예의 공손한 말투로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선거관리위원이라는 사실까지 지목했기에 더 그랬다. “그러시다면 사무국에 정식으로 어필하세요. 거기서 사안을 접수하고, 문제의 부적합 여부를 가리자고 하면, 그때 저의 생각을 밝히겠습니다.” 그러자 상대는 슬그머니 예봉을 피했다. “사무국에 제소할 의향은 없어요.” 그렇다면 왜 전화를 걸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늘어놓았는지 갈피를 잡기조차 난감하다. 필자가 눈치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자책할 뿐이다. 

    신문사에 입사한 첫해, 그해의 정기휴가는 필자 자신이 생각해도 기특했다. 때마침 가족을 이끌고 횡성군 청일면에 정착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자신을 안내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강원도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모습을 작품으로 기록하고자 하는데, 우선은 강원도 일대를 간파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 점은 기자 초년병이었던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의기투합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 일정 부분 편의를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어서 어렵지 않게 용기를 냈다. 시군 지역을 속속 누빌 수 있는 차는 그 사진작가가 운전했기에 가능했다.

    지역의 유래와 실정을 간파하기에는 문화원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격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다. 이는 주효했다. 당시 방문한 지역의 문화원장들이 꺼내 놓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풍성했다. 긴 세월을 타고 넘은 경륜과 지혜는 절로 감복하게 했다. 당시 동행했던 사진작가는 서울 인사동의 번듯한 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주목받은 전시회를 열었고, 2017동강국제사진제에서 ‘동강사진상(DongGang Photography Award)’까지 수상했다. 필자도 문화부장을 거쳐 12년간 논설위원으로 글을 썼으니 그 원천이 애송이 시절의 강원도 탐방이 밑거름이었다. 3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당시 문화원장들의 진지했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고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역 문화원들의 역사는 유구하다. 하지만 그 면면에 서린 면모는 기구하기도 하다. 1965년 제정된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을 계기로 겨우 기틀을 마련했고, 1994년 ‘지방문화원진흥법’으로 그나마 숨통을 텄다. 법정단체가 된 것이다. 이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문화원장에 대한 인식이 혁신됐다. 이전까지는 지역의 점잖은 원로로서 우대됐지만, 지방선거를 통한 민심 추스르기에 문화원장만한 존재가 그리 흔치 않았던 탓이다. 추대나 권고에 의해 취임했던 원장이 아닌, 치열한 선거를 거쳐 권좌에 오르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근래 들어 전국 곳곳에서 문화원장직을 두고 벌어지는 잡음이 줄을 잇는 배경이다.

    오는 23일 실시되는 춘천문화원장 선거가 3파전으로 전개됐다. 필자는 접하는 후보에게 “끝까지 완주할 것이냐”고 묻는다. 들리는 답은 “그렇다”이다. 부연하는 설명도 의지가 역력하다. 제시된 공약도 견해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하겠으나 필자의 시선에는 찬란하다. 문제는 지역의 현실과 지역사회의 인식, 눈높이에 얼마나 부합하느냐 하는 점일 테다. 결과적으로 당락이 가려지는 이유일 테다. 이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중구문화원이 주최·주관한 ‘2022 대한민국 문화원상’ 심사에서 춘천문화원이 최우수상 시상 문화원으로 뽑혔지만, 수상을 거부한 사례를 되짚어 보게 된다.

    최종 후보 2곳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이 점이 수상 거부 이유라니 헷갈린다. 올해 대상 상격이 대통령상으로 격상됐고 보면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다. 서울 서초문화원이 “프로그램 운영 내용, 지역문화 발전 기여도, 지역 내 문화원의 역할 등 모든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러고 보면 아쉬움과 회한이 교차한다. 기대와 현실을 어떻게 융합해 보다 나은 문화원으로 거듭날 것인가? 문화원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들의 어깨에 올라있는 과제다. 수상 거부의 여파와 시민의 엄밀한 평가는 신임 문화원장이 걸머져야 할 짐일 테니 말이다.

    후보자 모두에게 그야말로 지역의 어른, 덕망과 지혜를 두루 갖춘 춘천문화의 파수꾼이자 지혜로운 경영인으로 선택받기를 기원하며 질문한다. 시민에게 존경심을 심어 줄 안목과 지혜는 믿을 만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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