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악마가 내 엄지발가락을 물어뜯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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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악마가 내 엄지발가락을 물어뜯어요”

    • 입력 2022.11.11 00:00
    • 수정 2022.11.11 17:08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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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18세기 영국 풍자화가 제임스 길레이(James Gillray)는 통풍을 악마가 엄지발가락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지요. 침대 시트에 쓸려도 비명을 지르게 하는 통풍은 실로 ‘통증의 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질환이에요.

    신성로마제국의 샤를마뉴 대제나 알렉산더 대왕, 잉글랜드 왕국의 헨리 8세와 같은 인물들이 앓았다고 소개될 정도로 통풍은 역사가들에게도 유명해요. 당시 귀족들은 통풍이 오면 마치 왕의 반열에라도 오른 양 허세를 부렸다는 기록도 있지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왕족이나 귀족사회에선 육식과 술을 배불리 먹는 과시형 식사가 유행했으니까요.

    이런 배경으로 통풍은 오해가 많은 질환이 됐습니다. 첫 번째 예가 ‘통풍은 잘못된 식사가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통풍은 몸 안에 요산이 축적돼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요산은 특정 음식에 함유된 퓨린 성분이 대사되면서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이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 내에 남아도는 것을 ‘고(高)요산혈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요산은 급기야 결정체가 돼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지요.

    퓨린은 육류나 어패류, 생선의 내장, 맥주 등에 상대적으로 많아요. 때문에 통풍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이런 식품을 금기시하지요.     

    하지만 통풍은 식이요법보다 유전자, 즉 가족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늘고 있어요. 실제 미국의 통풍·요산교육협회(Gout and Uric Acid Education Society)는 철저히 식단을 제한해도 통풍 환자의 요산 수치는 1.0㎎/dL 정도 낮춘다고 해요. 노력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니 10㎎/dL 이상 요산이 나오는 환자는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둘째, 여성은 통풍에 잘 안 걸린다고 믿는 것입니다. 물론 이 얘기도 맞습니다. 여성 환자 수가 남성의 10분의 1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폐경이 지나면 달라집니다. 고농도의 요산혈증을 억제해주던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서 발병률이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나이 든 여성의 경우, 통풍은 손의 작은 관절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어요. 통풍은 엄지발가락 관절을 먼저 공격한다고 생각해 병원 가는 기회를 놓치는 분도 있습니다. 증상은 한두 개  관절에서 시작돼 여러 개의 큰 관절로 이어집니다. 

    셋째가 중요합니다. 통풍은 생명을 해치는 치명적 질환이 아니라는 안이한 발상입니다. 미국심장학회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평가한 결과, 통풍 환자가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이 통풍이 없는 환자보다 15%나 높았다고요. 요산이 혈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지난달 28일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심포지엄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경고를 했습니다. 통풍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고혈압을 앓을 위험이 4.2배, 비만·당뇨병·심근경색 2.4배, 심부전 2.7배, 3기 이상 만성콩팥병은 2.3배 높다고 말입니다.

    문제는 통풍 환자는 증가하는데 치료를 소홀히 한다는 점입니다. 학회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단위로 각각 3배, 2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환자는 지난해 기준 49만2000여명에 이릅니다. 특히 30~40대 젊은 층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스럽습니다. 통풍은 80%가 가족력이 있다고 해요. 따라서 비만이나 식생활이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통풍이 있다면 요산 농도를 기준치인 6㎎/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만족시킬 정도로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은 34%에 불과하다는 군요. 통풍의 잦은 재발은 관절을 변형시키고,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지는데도 말이죠.

    체중 관리와 식생활은 매우 중요해요. 술을 비롯한 퓨린 함유 식품 제한 효과가 크진 않더라도 복약과 병행하면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육류를 아예 멀리하면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으니 영양 불균형을 주의해야 해요.     

    또 하나 최근 통풍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액상과당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콘시럽으로도 불리는 액상과당은 단맛이 설탕의 1.5배나 되는데다 가격도 싸서 음료를 비롯한 각종 과자류, 닭강정 소스, 드레싱 등 안 들어가는 데가 없어요. 액상과당은 요산 증가를 부추기고, 고혈압과 인슐린 저항성도 유발한다니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유제품이나 비타민C로 알려진 아스코르브산이 요산 수치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하지만 치료제는 아니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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