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와 이태원, 그리고 ‘천 냥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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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랜드와 이태원, 그리고 ‘천 냥 빚’

    ■[칼럼] 윤수용 콘텐츠 1국장

    • 입력 2022.11.10 00:01
    • 수정 2022.11.11 00:14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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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속담이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교훈이란 뜻이다. 사자성어로는 일자천금(一字千金), 글자 하나에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또 구화지문(口禍之門), 화는 입으로부터 생기므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레고랜드 사태’와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의 첫말 한마디는 속담과 반대였다. 이들의 발언은 어불성설 그 자체였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다.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첫 단어는 ‘괴발개발’ 수준이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이태원 참사의 직간접 당사자들이자 책임자들의 발언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빌린 돈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 방지를 위해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는 한마디에서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지사의 의중은 강원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을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김 지사는 지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강원도는 처음부터 보증 채무를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고, 채무불이행은 선언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강원도청 기자실을 찾은 김 지사는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책임론에 대해 “보증 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어 GJC에 대한 보증 채무를 갚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폭풍과 한파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앞서 김 지사는 10월 27일 베트남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좀 미안하다⋯”란 사죄 아닌 사과로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 등으로 컷오프(공천 배제)당한 후 사과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결국은 강원도지사로 당선됐다. 주로 사례가 좋은 경우에는 ‘타산지석으로 삼자’, 부정적인 것일 때는 ‘나는 저렇게 안 돼야지’라는 뜻으로 ‘반면교사’란 표현을 사용한다. 김 지사는 전자를 반면교사로 삼고, 후자를 타산지석으로 활용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진실검증은 그다음 순서다.

    10월 29일 ‘핼러윈 데이’ 인파가 몰린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는 156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다치는 등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온 대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참사를 책임 있게 수습해야 할 정부 인사들은 부적절한 말로 국민의 분노를 키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발생 후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는 실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참사 관련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농담과 웃음까지 보이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질타를 받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난국을 극복해 나갈 책임자들의 첫 문장은 불통과 무능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면서 문책 인사 고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참사 대응 문제와 면피성 발언, 실언 등에 대한 경질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간절한 외침은 사태와 참사의 진실검증 이전에 첫 한마디, 첫 대응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번 사태와 참사를 두고 억울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한 사죄가 먼저였다.

    이제는 치유의 시간이다. 트라우마 극복의 가장 좋은 처방은 ‘위로’와 ‘지지’다. 실언과 망언, 면피 등이 사태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레고랜드 사태를 보면 번번이 뒤처리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위로의 현장은 아직도 부재다. 상시화되고 있는 위기와 재난을 믿고 맡길 확실한 안전핀이 준비되어야 한다. 대대적인 쇄신만이 해답일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도민과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더 이상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처방전은 사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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