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폐경은 ‘노년의 건강’ 준비하는 시기⋯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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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폐경은 ‘노년의 건강’ 준비하는 시기⋯준비되셨나요?

    • 입력 2022.10.28 00:00
    • 수정 2022.10.29 07:20
    • 기자명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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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사람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호르몬의 ‘지배’를 받습니다. 지배라는 용어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사실 인간의 성장과 발육, 생식을 비롯한 모든 신체 활동을 50여종의 호르몬이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병원의 진료과목 중 내분비내과라는 독립된 영역이 있을 정도이니 인체에서 호르몬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18일은 ‘세계 폐경의 날’이에요. ‘남성 갱년기의 날’은 없는데 굳이 여성 폐경의 날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생리가 끝난 여성의 몸이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지요.

    여성의 생애주기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8살 무렵 난포 자극 호르몬(FSH) 분비를 신호로 3~4년에 걸쳐 사춘기가 완성되면 이때부터 여성은 30여년간 에스트로겐의 강력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여성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가꿔주는 것이 에스트로겐입니다. 목소리나 유방과 같은 2차 성징과 함께 피하 지방을 발달시켜 비너스 같은 유려한 몸매를 만들어주지요. 규칙적인 생리와 임신도 가능케 합니다. 질벽은 두텁고 매끄러워져 비로소 여성으로서의 몸이 완성됩니다.

    에스트로겐 수치는 배란이 일어나기 직전 가장 높아진다고 해요. ‘호르몬의 숨겨진 지능’이란 책을 쓴 UCLA 마티 하셀톤 교수는 “배란기에 여성은 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더 매력적인 옷을 입고, 더 많이 말하며 사교적이 된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성호르몬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건강에도 기여합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안정시키고, 심혈관과 뇌(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콜라겐과 수분을 공급해 촉촉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만드는가 하면 뼈를 단단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에스트로겐은 20대 중후반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서서히 줄면서 50세에 이르면 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요. 그리고 난소가 노화하면서 생리 횟수가 2~5년에 걸쳐 들쭉날쭉하다가 폐경을 맞지요. 폐경은 1년 동안 단 한 번의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를 말합니다.

    이후 여성은 그동안 누렸던 호르몬의 ‘혜택’을 포기해야 하죠. 내장 비만이 쌓이면서 당뇨병과 관상 동맥 질환이 늘어납니다. 피부는 수분과 탄력 섬유를 잃어 거칠어지면서 잔주름이 생깁니다. 또 뼈가 약해지면서 골다공증도 시작돼요. 

    예기치 못한 다양한 증상도 나타납니다. 몸이 갑자기 덥거나 땀이 나서 쌀쌀한 날씨에도 창문을 엽니다. 가슴이 뛰는 심계 항진, 깊은 잠을 취하지 못하는 수면 장애도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기분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죠. 느닷없이 짜증을 내서 주위 사람과 다투고, 별것 아닌데도 우울해져 눈물이 납니다. 생식기에도 변화가 찾아와요. 질벽이 얇아지고, 건조해져 요로 감염의 기회가 늘어나고, 남편과의 관계도 서먹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여성이 똑같은 증상을 앓는 것은 아닙니다. 또 증상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에요. 예컨대 안면 홍조나 발한 증상을 겪는 여성은 4명 중 1명꼴이며, 개인차는 있지만 지속 기간은 4.5년 정도라고 해요.   

    올해 ‘세계 폐경의 날’의 주제는 ‘뇌 안개’(brain fog)입니다. 뇌에 안개가 낀 듯 집중이 안 되고, 깜박깜박 잊는 등 사고력이 떨어지는 거예요, 실제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인지능력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60%의 여성에서 나타나고, 이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에요. 이는 노화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점차 진행하는 알츠하이머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 폐경에서 벗어나면 기억력을 서서히 회복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 시기를 잘 넘기려면 폐경이 질병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해요.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자연스런 몸의 반응이라는 거예요. 또 남편이나 자녀의 이해와 격려도 필요하고요.

    폐경 이후의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면 이때부터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는 체중 관리입니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남는 칼로리가 피하보다 내장에 축적돼 대사성 질환이 늘어나요. 따라서 고른 영양을 취하되 고열량 식단을 삼가야 합니다. 

    둘째는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운동은 우리 몸 내분비계를 안정시켜 여성 호르몬의 생성과 유지를 돕습니다. 운동효과는 길어야 24~48시간이니 잠깐씩이라도 매일 걷는 것을 권합니다.  

    셋째는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폐경 시기에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그리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이 반복돼요. 인생의 절반을 돌아오셨으니 이제는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마지막으로 증상이 심할 때는 단기 호르몬 요법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인위적인 에스트로겐 투여가 개인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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