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타며 쓰레기 줍는 ‘의암호 환경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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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누 타며 쓰레기 줍는 ‘의암호 환경 지킴이’

    춘천시민 이원도씨, 3년 전부터 선행 시작
    직접 만든 카누 타며 물 위 쓰레기 줍기도
    “나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어렵지 않아”

    • 입력 2022.10.27 00:01
    • 수정 2023.09.07 11:4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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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송암동 카누 나루터에서 만난 이원도씨. (사진=서충식 기자)
    26일 송암동 카누 나루터에서 만난 이원도씨. (사진=서충식 기자)

    “내가 자주 가는 곳, 취미생활을 즐기는 곳이 깨끗해진다면 나한테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누군가를 위해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라 저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춘천 퇴계동에 거주하는 이원도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송암동 카누 나루터 및 인근 산책로의 쓰레기를 줍는다. 알아주는 이 한 명 없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일을 묵묵히 3년째 해오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취미로 시작한 카누를 타고 의암호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줍고 있다. 26일 오후 카누를 타며 붕어섬 주변을 청소하는 그를 만났다.

    50대 중반인 이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3년 전 재택근무를 하면서부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진 그는 송암동 의암호 주변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는데,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가 많아 신경 쓰였다. 그게 ‘의암호 환경 지킴이’의 출발점이었다. 이씨는 “내가 자주 다니는 길이 지저분한 게 거슬려서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며 “운동하면서 좋은 일 하면 일석이조 아니냐”며 웃었다.

     

    이원도씨가 송암동 의암호 산책길을 걸으며 주운 쓰레기. (사진=본인 제공)
    이원도씨가 송암동 의암호 산책길을 걸으며 주운 쓰레기. (사진=본인 제공)

    송암동 의암호 주변 산책로는 관광객·낚시객·캠핑족 등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몇 년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외곽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탓에 대형쓰레기들을 불법 투기하고 가는 일도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이씨 혼자서 1~2시간만 쓰레기를 주워도 20ℓ 봉투 여러 개가 가득 찬다. 그는 “쓰레기가 많이 모여 춘천시에 정기적인 수거를 요청했지만, 한두 번에 그치고 말아 아쉬웠다”며 “지금은 송현섭 춘천지속발전협의회 팀장님이 모든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산책길 외에도 카누를 타며 의암호 위를 청소하고 있다. 지난 7월 취미로 즐기기 위해 직접 제작한 카누를 타고 의암호 이곳저곳을 다녀보니 수풀 사이에 쓰레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당일 기자가 이씨와 함께 붕어섬 주변 쓰레기를 1시간 동안 주운 결과, 스티로폼·일회용 접시·플라스틱 박스·비닐 등 각종 쓰레기로 카누를 가득 채웠다.

     

    26일 카누를 타며 붕어섬 주변 수풀 사이에서 발견한 쓰레기를 줍는 이원도씨. (사진=서충식 기자)
    26일 카누를 타며 붕어섬 주변 수풀 사이에서 발견한 쓰레기를 줍는 이원도씨. (사진=서충식 기자)

    처음 시작할 당시 이씨는 카누로 송암동 카누 나루터 방면만 가다가 현재는 아내까지 청소에 합세해 중도와 서면 등 거리가 먼 곳까지 다니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도중에 균형을 잃어 몇 번이나 물에 빠지기도 했고, 휴대폰을 떨어트려 잃어버린 적도 있지만, 차츰차츰 변해가는 의암호를 보면 뿌듯함이 앞선다. 그는 “나 혼자 쓰레기를 치운다고 표시나 날까 했지만, 어느덧 3년 동안 반복하다 보니 이젠 주변이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는 게 느껴진다”면서 “그 덕에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춘천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더 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산책이나 조깅 등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플로깅’(plogging)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쓰레기를 줍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며 춘천시민과 지자체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길 희망했다. 

    이씨는 “쓰레기만 주우려면 힘들겠지만, 취미를 즐기면서 틈틈이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며 “이런 문화가 널리 퍼져 춘천이 깨끗한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지천을 가보면 곳곳에 쓰레기가 많고, 물도 더럽다. 춘천시에서 수질 및 환경 개선에 많이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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