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춘천시 공무원 외유성 해외 출장,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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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춘천시 공무원 외유성 해외 출장, 기가 찬다

    • 입력 2022.10.26 00:02
    • 수정 2022.11.08 17:25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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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모범공무원 1기(왼쪽)와 5기(오른쪽)의 출장결과보고서. 1기는 2018년 6월, 5기는 그해 11월 각각 3박 5일간 베트남 달랏과 호치민을 다녀왔다. 5기 출장자는 먼저 다녀온 1기 보고서를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베꼈다. 소감에 한 줄을 추가한 것 외에는 1기 내용과 동일하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 모범공무원 1기(왼쪽)와 5기(오른쪽)의 출장결과보고서. 1기는 2018년 6월, 5기는 그해 11월 각각 3박 5일간 베트남 달랏과 호치민을 다녀왔다. 5기 출장자는 먼저 다녀온 1기 보고서를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베꼈다. 소감에 한 줄을 추가한 것 외에는 1기 내용과 동일하다. (사진=MS투데이 DB)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중앙·지방정부 공무원, 사법부 직원, 각종 공기업 임직원이 혈세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가는 구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1대 후반기 국회가 공전하는데도 여야 의원의 외유가 줄을 이었다. 특정 현안을 놓고 격렬히 대립하면서도 외유 앞에서는 손을 꼭 잡았다. 의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세비를 받고, 외유는 덤으로 챙겼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베껴 연수 보고서를 낸 파렴치한 공무원도 있다.

    춘천시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춘천시 공무원이 연수를 빙자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다양한 사례들이 MS투데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 본지가 춘천시 공무원 국외 출장 보고서 100건을 분석한 결과 태반이 외유성 출장이었다.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해외 출장길에 올랐고, 휴양지나 관광지에서 혈세를 펑펑 쓴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스페인, 중국, 베트남, 일본, 호주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를 섭렵했다. 서민이라면 평생에 한 번 가기 힘든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도 방문했다. 7급 임용 동기 3명은 친환경 정책과 관계없는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독일과 네덜란드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공무원들이 제출한 출장 보고서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 블로그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여행사 관광지 안내문을 인용했다. 먼저 다녀온 공무원의 보고서 내용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복사해 쓴 것도 있다. ‘사원 내에는 아름다운 꽃과 분재로 아름다운 정원이 가꾸어져 있음’이라는 짧은 문장에 ‘아름다운’이 2차례 나오는데, 이 부분도 그대로 베껴 썼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육 시장만큼 혈세의 엄중함을 아는 기초자치단체장도 드물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다짐하는 육 시장이 차제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임 시장 시절에 일어난 일이라고 넘어가거나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 우선 감사담당관실을 통해 전수조사를 벌여 외유성 해외 출장의 전모를 파헤쳐야 한다. 조사 결과 위법·편법 사례에 연루된 공무원과 혈세 낭비를 묵인한 상급자를 문책하고, 여행경비를 반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앞으로 똑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유 가능성이 있는 예산을 집행하지 말아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이 출장 심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아야 한다. 춘천시의회는 춘천시 공무원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견제·감독하기 바란다. 시의회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면 춘천시 공무원들의 불요불급한 해외 출장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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