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불경기⋯꽉 닫힌 ‘기부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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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보다 무서운 불경기⋯꽉 닫힌 ‘기부 지갑’

    춘천연탄은행, 봉사자 줄고 연탄 가격 상승에 ‘이중고’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보다 기부금 10% 감소
    “힘들 때일수록 서로 온정을 나눠 이겨내길 기대해”

    • 입력 2022.10.20 00:01
    • 수정 2022.10.21 00:0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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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올해는 기부와 봉사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때아닌 불경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기부 심리가 완전히 위축돼 걱정이 큽니다.”

    쌀쌀한 날씨가 갑작스럽게 찾아오자 춘천지역 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돕는 단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어지는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이 원망스럽다.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기부와 후원이 뚝 끊겼고, 봉사자마저 급감한 것이다.

    동면에 있는 ‘춘천연탄은행’은 지난 6일 올해 연탄봉사 재개식을 열었다. 이곳은 코로나가 유행한 2020~2021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4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연탄 기부와 봉사자가 예년만큼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5월까지 취약계층 1000세대에 연탄 40만장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춘천연탄은행의 올해 10월 연탄 봉사 일정은 2개뿐이다. 시민 기부가 끊긴 탓에 연탄을 쌓아두는 창고는 절반이 넘게 비었다. 코로나가 풀릴 만하니 불경기가 덮쳐 연탄 기부가 코로나 때 마찬가지로 거의 없다시피 해서다. 연탄이 들어온다 해도 봉사활동 신청자가 없어 배달이 불가능한 상태다. 춘천연탄은행 대표인 정해창 목사는 “코로나보다 불경기가 더 무서운 것 같다”고 했다.

     

    18일 만난 춘천연탄은행 대표 정해창 목사가 연탄을 세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18일 만난 춘천연탄은행 대표 정해창 목사가 연탄을 세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까지 장당 800원이었던 연탄 가격이 올해 유류비 인상 등으로 850원까지 올랐다. 정 목사와 직원 한 명만이 연탄을 배달할 정도로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2000만원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춘천연탄은행은 연탄을 사용해 난방하는 춘천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2004년부터 시민 기부를 통해 연탄 나눔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매년 평균 200개 팀, 5000명의 봉사자가 방문해 연탄 배달을 도왔다. 

    정 목사는 “커피 한 잔 가격에도 한참 못 미치는 연탄 하나가 어려운 이웃에게는 하루를 따뜻하게 보내는 힘이 된다”며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며, 힘들 때일수록 서로 온정을 나눠 이겨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해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모습. (사진=MS투데이 DB)
    지난해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모습. (사진=MS투데이 DB)

    불경기 여파는 사회복지단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랑의열매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모인 기부금은 86억8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6억3800만원과 비교해 9억5200만원(9.9%) 줄어들었다. 1~9월 기준으로 2019년 65억4600만원의 기부금이 2020년 93억4300만원으로 27억9700만원(42.7%) 증가하는 등 코로나19로 경기가 마비됐던 최근 3년 동안에도 꾸준히 증가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의 기부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개인이 기부한 금액은 39억8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억2800만원보다 6억4200만원(13.9%) 줄었다. 법인 기부금은 50억1000만원에서 47억원으로 3억1000만원(6.2%) 줄며, 개인 기부금보다 감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정기적으로 월 3만원을 기부하고 있는 춘천시민 박모(33)씨는 “가족 월 식비를 아껴서 기부하고 있는데, 요즘 빠듯함을 느낀다”며 “아직은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지만, 계속 물가가 상승한다면 가장 먼저 줄일 건 기부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코로나19보다 최근 경기 불황이 시민들에게 더욱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 듯 보인다”며 “사랑의열매는 연말에 있을 온도탑 제막식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나눔캠페인을 진행하니 나눔 온도를 높이기 위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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