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지역성과 글로벌 갖춘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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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지역성과 글로벌 갖춘 K-콘텐츠

    • 입력 2022.10.05 00:00
    • 수정 2022.10.05 17:55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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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Narco-Saints)이 K-콘텐츠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9월 공개된 ‘수리남’은 사흘 만에 세계 8위에 올랐고, 9월 14일에는 3위로 올라섰다. 한 달이 되어 가면서 성적은 조금 내려왔지만, 넷플릭스의 최근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모범가족’ ‘서울대작전’이 저조한 반응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수리남’이 화제가 되자 수리남 정부가 자국을 마약 국가로 표현했다며 제작사에 법적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작사인 넷플릭스와 윤종빈 감독도 애초에 ‘수리남’의 영어 제목에서 국가명을 지우는 등 나름 신경을 쓰기는 했다.

    ‘수리남’이 세계 시장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 K-콘텐츠의 로컬 색깔의 다양성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글로벌 시대에는 할리우드 중심의 미국 문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던 것과 달리 로컬 색깔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대를 여는 데 K컬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리남’을 보면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왕과 마약 카르텔, 그리고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물 ‘나르코스’가 떠오르기는 한다. 윤종빈 감독도 ‘나르코스’ ‘브레이킹 배드’ ‘무간도’가 연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나르코스’에는 있을 수 없는 게 있다. 홍어 수산업자 이야기와 사이비 한인 목사가 보여주는 교회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수리남의 교도소에 수감되고도 오로지 가족 생계와 아들의 성적을 걱정하는 강인구(하정우)라는 K-가장의 모습도 잘 살려 ‘나르코스’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런 요소는 마약과 연관된 국제 범죄 조직 등 분위기는 글로벌한 느낌을 주면서도 완전히 K-콘텐츠로서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용서받지 못한 자’ 등 전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취재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유명한 윤종빈 감독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더니, “중남미 국가에 한인이 들어가 마약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독특하고 참신했다”면서 “수리남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했던 조봉행과 그를 잡기 위해 국정원 작전에 투입된 K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 허구를 가미했다. 실존인물 K씨를 3차례 만났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전사(前史)에 녹여내며 강인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과거에는 변방이자 언더독의 문화였지만, 이제는 주류로 열려 있다. 여기에는 K팝, K무비 등이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킹덤’에도 할리우드 B급 좀비 장르물의 형식을 가져오면서도 궁과 갓 등 한국의 로컬 비주얼과 스토리를 녹여내 서구 좀비와는 다른 걸 보여주었다. ‘킹덤’에는 한국 사극에서 빠지지 않는 정치 갈등, 권력 문제를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의 국정 농단 등으로 보여주며 정치 권력의 배분이 잘못된 시절의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거기에 불쌍하게 보이는 배고픈 민초 좀비와 혈연에 집착하는 권력자 좀비 등 상반된 두 가지 좀비로 할리우드 좀비와는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냈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면서도 지역적인 이야기를 살리는 데 성공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서로 죽이는 잔인한 게임만 부각되는 일본식 ‘배틀로얄’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신자유시대 무한 경쟁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내는 콘텐츠로 녹여냈다. 인물들 하나하나에 사연을 집어넣어 인간의 모습을 한 캐릭터로 만들어냈고 특히 해고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여성, 탈북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게 지역적 이야기로 글로벌화에 성공하게 했다.

    K-콘텐츠가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글로벌 공감대와 차별성(로컬)을 함께 갖춘 이야기를 계속 내놔야 함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현재의 퀄리티를 유지하며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를 주도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세계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이 문화로 세계를 바꾼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우리는 다양한 로컬 이야기를 끊임없이 내놓고 글로벌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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