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예술’로 밥벌이하도록⋯사회적기업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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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도 ‘예술’로 밥벌이하도록⋯사회적기업이 나섰다

    미대 나온 '자유로운 영혼', 사회적기업 창업
    지역 작가들, 일자리 찾아 춘천 떠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분야 일자리 창출 노력
    취약 청년, 노년층, 경력단절여성 고용 이끌어

    • 입력 2022.09.18 00:02
    • 수정 2023.09.07 11:2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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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동 낭만골목이 새 옷을 입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벽화 보수작업을 진행하는 이들은 춘천의 사회적기업 나누스페이스(이하 ‘나누’)가 꾸린 지역 미술 작가팀이다. 나누는 춘천을 닮아 시화(市花)로도 지정된 ‘개나리’에서 영감을 얻어 ‘스토리가 있는 벽화마을’을 만들고 있다. 화사한 노란색을 활용한 지역 작가의 그림을 통해 효자동 주거지역에 따뜻한 희망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강연이, 김수영, 조가영, 홍현지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화 작가들이 참여했다. 16일 현재 벽화 작업의 공정률은 70% 수준으로 다음달부터는 새 단장한 효자동 골목길을 거닐 수 있다.

    이번 효자동 벽화마을 프로젝트는 엄정은(43) 나누스페이스 대표가 꼽은 올해 가장 큰 성과다. 그동안 주로 외지 업체들이 맡아왔던 벽화 그리기 작업에 지역 업체인 나누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꾸준한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 지역 작가들이 계속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이들과 협업해 벽화를 그렸다. 주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순수 예술 작업에만 몰두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나누스페이스와 지역 청년작가들이 효자동 낭만골목에서 개나리에서 영감을 얻은 벽화를 그리고 있다. (사진=나누스페이스)
    나누스페이스와 지역 청년작가들이 효자동 낭만골목에서 개나리에서 영감을 얻은 벽화를 그리고 있다. (사진=나누스페이스)

    ▶일자리 없어 떠났던 청년, 춘천으로 돌아오다

    “미술을 공부했지만 전공을 살려 일할 곳이 없어 20대에 춘천을 떠났어요. 후배들만큼은 지역에 토대를 두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을 통해 터전을 닦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엄정은 대표는 일자리를 찾아 20대에 강원도를 떠났다. 충남 천안에서 미술‧목공 체험 교육 강사로 일하던 그는 서른이 돼서야 다시 춘천으로 돌아왔다. 어린이 대상 미술 학원을 운영하던 엄 대표는 2019년 ‘문화와 예술을 기반으로 지역과 공간, 사람을 연결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나누스페이스’ 법인을 설립했다. 나누는 2019년 11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으며 올해 6월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나누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취약계층 청년과 노년층,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정은 대표 혼자 시작한 사업이지만, 이제 취약계층 청년 2명과 만55세 이상 시니어 2명 등 4명의 직원이 함께한다.

    나누스페이스는 문화예술 기획과 도시재생 프로젝트, 친환경 디자인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한다. 지역 구성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춘천시민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놀이 공간과 체험을 기획하고 다시 이를 지역사회와 나눈다.

    춘천놀이, 춘천노리숲축제 등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시민생활문화전시관 ‘갤러리요’ 전시 기획과 공간 구성을 맡기도 했다.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소근소근마을’ 주민 참여 활동, ‘봉의산 아래 첫 마을’ 교육‧체험, 지역 어르신들이 그리는 춘천 ‘50호 마을’ 등의 공동체 활동도 진행했다. 폐현수막을 이용한 장바구니를 제작하는 등 자원순환 및 환경과 관련된 기획에도 나서고 있다.

    다음 달까지는 전기차를 이용한 찾아가는 미술‧환경 수업을 운영한다. 재활용(Recycle)과 마을(里)을 뜻하는 이번 ‘리리 프로젝트’는 이동형 전시체험 투어로 지역 작가와 ‘시민 환경 전달자’가 함께한다. 쓰레기로 버려질 자원을 모아 재료로 활용해 춘천을 상징하는 기념품을 만들고, 자원 순환의 가치를 환기하는 프로젝트다. 이달 18일 송암동 물레길을 시작으로 공지천과 각 초등학교, 놀이터 등 춘천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 나누스페이스를 이끄는 엄정은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사회적기업 나누스페이스를 이끄는 엄정은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가치있는 일을 통해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청년 시절부터 돈이 모이면 여행과 경험에 투자했다는 엄 대표는 ‘자유의 영혼’을 가졌다.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엄 대표는 세계 곳곳의 도시에 머물며 지역 공동체의 역할과 마을 사업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어린이 대상 미술학원을 운영할 당시에는 수강생‧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또 창업 전인 2018년에는 벼룩시장을 열어 기부금을 마련하고 사비를 털어 네팔 치트완 지역에 ‘아트스쿨’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손잡고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한 결과다. 엄 대표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네팔 농촌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미술 공부방을 위한 공간과 교구를 제공했다.

    나누스페이스는 매년 연말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지역 작가들의 회화 작품을 구입한다. 지역을 지탱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이 포기하지 않고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제 활동의 여건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엄정은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누군가를 돕고 지역의 문화적 토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청년들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춘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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