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일과성 뇌허혈증 경고 사인 ‘F·A·S·T’ 무시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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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일과성 뇌허혈증 경고 사인 ‘F·A·S·T’ 무시했다간⋯

    • 입력 2022.09.16 00:00
    • 수정 2022.09.16 09:28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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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독자들께서는 ‘F·A·S·T’의 의미를 아시는지요. 빠르다는 뜻의 Fast가 아닙니다.

    ‘Face’의 F는 얼굴이 일그러짐을 뜻합니다. 눈꺼풀이 처지기도 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짓습니다. A의 ‘Arm’은 팔에 힘이 빠지면서 감각이 둔해지는 것을 뜻하죠. 젓가락질이 갑자기 안 된다거나, 손에 든 물건을 괜히 떨어뜨리기도 해요. S는 ‘Speech’입니다. 말이 어눌해지고, 더듬거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T는 ‘Time’이지요. 앞의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전화를 걸라는 겁니다.

    지난 3일 미국의 한 지방방송에서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가 갑자기 말을 더듬었죠. 그때 그의 방송국 동료들이 취한 행동이 바로 이 FAST입니다. 주변의 이 같은 응급조치 덕에 여성앵커는 현재 후유증 없이 회복되고 있다고 해요.

    앵커가 당시 ‘허혈성 뇌졸중’의 초기 증상인지, 아니면 ‘일과성 뇌허혈증(TIA)’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두 질환은 모두 뇌혈관이 막힌다는 점에서 뿌리는 같지만 병의 진행 과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과성 뇌허혈증은 이름에서 보듯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저절로 풀립니다. 따라서 증상이 몇 분에서 24시간을 넘기지 않아요. 때문에 환자들은 ‘어, 내가 왜 이러지’하다가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반면 허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이 완전히 막혀 증상이 계속 진행합니다. 골든타임(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하거나 장애가 남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지요. 뇌세포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1분에 평균 190만개씩 죽는다고 하니 초응급질환임에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일과성 뇌허혈증은 가벼운 질환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뇌졸중협회는 이 증상을 겪은 사람 중 9~17%가 90일 이내에 뇌졸중을 일으킨다고 밝혔어요. 또 다른 자료에선 발병 원인에 따라 7일 이내에 뇌졸중 발생 위험이 10~20%나 된다고 경고합니다. 그래서 일과성 뇌허혈증을 뇌졸중의 ‘경고 사인’이라고도 하고, ‘미니 뇌졸중’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일과성 뇌허혈증도 뇌졸중과 발병 배경은 같습니다. 혈관에 쌓인 노폐물이나 혈전(피떡)이 혈관을 떠돌다 뇌혈관을 틀어막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침전물, 당뇨환자의 끈적거리는 고혈당, 여기에 고혈압으로 찢어진 혈관에서 혈액이 새면 이곳에서 혈전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근래 심방세동 환자가 증가하면서 혈전이 뇌혈관을 막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이죠. 심장의 수축기능이 떨어지면 심방 안에 혈액이 고이고, 이렇게 정체된 혈액이 혈전을 형성하는 겁니다.(2022년 1월 21일 기사 참조)

    그렇다면 누가 고위험군일까요. 앞서 설명한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환자에 비만과 흡연, 잦은 음주가 유발요인입니다. 니코틴은 혈관에 상처를 내 침전물을 만들고, 술은 심방세동을 악화시키는 주범입니다. 실제 술을 마신 날 저녁이나 다음날 심방세동이 잘 발생한다고 해요. 그러니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심기능이 떨어지는 60대 이후엔 술을 자제해야 합니다.

    일과성 뇌허혈증이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24시간 이내에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만일 서둘러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정상비약으로 비치해 놓은 아스피린이 도움이 됩니다. 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이지요.

    뇌졸중은 우리나라에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기록합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골든타임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뇌졸중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2명으로 미국 22명, 일본 23명, 유럽 20명 등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집니다.

    ‘FAST Song’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초등학생도 이해하도록 만화를 제작해 교육하는 미국뇌졸중협회의 노력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병원을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뇌졸중 치료기관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문인력과 시설, 검사에서부터 치료 및 재활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질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것이지요. 강원도는 95점 이상인 1등급을 받은 곳이 강원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두 곳에 불과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매우 열악합니다.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항목을 클릭한 뒤 세부항목으로 ‘급성기뇌졸중’을 선택하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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