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어둠 속 묻어있는 죽음을 마주하다⋯한동국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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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어둠 속 묻어있는 죽음을 마주하다⋯한동국 첫 개인전

    죽음 목격한 후 두려움과 극복의 노력
    목탄을 재료로 칠흑 같은 어둠을 표현
    18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려

    • 입력 2022.09.08 00:00
    • 수정 2022.09.09 07:46
    • 기자명 오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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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의 경계를 ‘현관문’이라는 소재로 표현한 한동국 작가의 첫 개인전이 오는 18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학창시절 집 안에서 우연히 조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문을 기준으로 삶과 죽음을 나눠 보기 시작했다.

     

    한동국 작 '현관문'(왼쪽), '창문'.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한동국 작 '현관문'(왼쪽), '창문'.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작품 속 현관문 외시경과 창문 등은 집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치로써 존재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집으로 들어가기 두려운 마음에 집 안을 살펴보지만, 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다.

    작품 ‘아파트’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담아 작업했다.

    36개의 작은 캔버스 위에 하나의 문과 창으로 이루어진 작가의 집을 반복적으로 그려가며 내면의 공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과거의 기억에 의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한동국 작가의 '아파트'.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한동국 작가의 '아파트'.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한 작가는 나무를 태워서 만든 ‘목탄’를 사용해 단순한 검정이 아닌 깊은 어둠을 나타낸다.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그린 ‘토리뭉치’에서는 목탄을 세게 문지르며 반려견이 묻힌 땅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그 친구들을 손으로 직접 만지지 못하는 슬픔을 담아 캔버스에 열을 내며 작업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한동국 작 '화장(火葬)'.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한동국 작 '화장(火葬)'.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화장(火葬)’에서는 쓰임이 다한 물건들에 목탄을 코팅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숯을 ‘나무의 주검’으로 해석해 죽음에 대한 의식인 화장과 연결한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듯 밥솥, 스피커, 상 등 작가가 오랜 세월 사용해 수명을 다한 물건들을 떠나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접한 죽음을 작품으로 기록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포화 상태가 된 인도의 화장터와 물 위로 떠올라 죽은 물고기의 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희생당한 사람, 침몰하는 세월호 등 감염병과 기후변화, 전쟁으로 인한 아픔이 계속되는 시대에서 희생당하는 이들에 대한 애도를 표현했다.

    [한승미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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