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극장 전체 파이가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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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극장 전체 파이가 작아졌다?

    • 입력 2022.09.07 00:00
    • 수정 2022.09.07 13:32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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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극장가는 완전 회복되지 않았다. 범죄 액션물 ‘범죄도시2’가 지난 5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여름 특수 기간을 거치고도 1000만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탑건: 매버릭’과 ‘한산: 용의 출현’은 충분히 1000만 관객을 달성할 만한 영화로 예상됐음에도 현실은 700만~800만명 안팎에서 만만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 큰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영화관람료가 인상된 상태에서 관객들이 과거보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까다로워졌다는 점과 OTT 등 영화를 대체할 만한 콘텐츠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영화 '탑건:매버릭' 포스터.
    영화 '탑건:매버릭' 포스터.

     

    이 두 가지 변수가 함께 작용하면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높이가 이전보다 훨씬 더 올라간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영화들만 대중에 의해 선택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올여름 블록버스터들은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영화 소비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최동훈 감독의 SF 판타지물 ‘외계+인’ 1부와 항공재난영화 ‘비상선언’은 지난 2일 기준 153만명과 205만명을 각각 동원하는 데에 그쳤다. ‘외계+인’ 1부에는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등 쟁쟁한 출연진이 나오고, ‘비상선언’도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톱스타가 대거 투입됐다. 이런 스타들로 이 정도의 저조한 성적이라면 영화의 스타일이 관객의 취향을 맞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영화 관객들이 예전 같지가 않다고 한다면 편성 전략도 잘 짜야 한다. 같은 기간 배급되는 영화가 비슷한 장르끼리 몰리면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고 공멸한다.

    오히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데뷔 감독에게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법인데, 이정재가 4년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5·18 민주화운동, 북한 공군 장교 이웅평 월남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 1980년대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실에서 대립하는 두 캐릭터를 끄집어내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긴박감을 유지하면서 묘한 상상력까지 자극한다. 400만 관객 돌파는 이정재 감독이 합격점을 받았다는 증거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미디 버전’인 영화 ‘육사오’도 예상을 깨고 100만 관객을 돌파할 기세다. ‘육사오’의 제작비가 50억원인 작은 영화이고 손익분기점이 160만명이라는 점, 역주행의 신호탄을 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이라 할 수 있다. 1등 당첨 로또가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남북 병사들이 벌이는 2시간 소동극이 주 내용이다.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들도 기대작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코믹액션물 ‘공조2: 인터내셔날’ 정도가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흥행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다.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외에도 미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3각 공조’로 바뀐 데다 시즌1의 빌런 차기성(김주혁)을 능가하는 빌런 장명준(진선규)이 등장해 박진감을 높인다.

    영화 소비자들이 코로나19를 보내면서 OTT로 영화를 보는 게 습관이 됐다는 점도 선뜻 극장에 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거기에 주말 영화티켓이 1만5000원으로 인상돼 관객들의 영화선택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이거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이 돌면 선택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영화만을 지킬 것 같은 배우들도 OTT행에 나서는 추세다. 최민식은 디즈니+가 제작하는 드라마 ‘카지노’(가제)에 출연하고, 설경구도 영화 ‘길복순’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첫 출연한다. 하정우와 황정민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공개 직전이며, 김윤진, 유지태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등도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를 주로 써온 정서경 작가가 지난 3일 영화 관련 행사에서 “영화계에 시나리오를 쓰고 데뷔한 작가들, 여러분이 작가로서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드라마를 쓰고 있다“며 충무로 작가의 실종이 영화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이런 상황에서도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탑건: 매버릭’과 ‘한산’처럼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이유를 관객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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