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형극인 춘천에 모이는데⋯국제인형극학교 개교 결국 취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국내외 인형극인 춘천에 모이는데⋯국제인형극학교 개교 결국 취소

    춘천시 국제인형극학교 25일 개교 무산
    시범 가을 학기도 취소·공사 마무리 안 돼
    인형극 도시 춘천 이미지·행정 신뢰도 하락

    • 입력 2022.08.25 00:02
    • 수정 2022.08.26 00:06
    • 기자명 한승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지난 민선 7기 역점사업인 춘천국제인형극학교 25일 개교가 결국 무산됐다.

    이는 세계인형극 우호 도시 연합인 아비아마 총회와 춘천인형극제가 26일부터 열려 국내외 인형극 구성원이 춘천에 총집결하며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춘천시는 지난 22일 오후 춘천국제인형극학교 개교와 29일 개설 예정이었던 시범 과정 운영을 취소하기로 했다. 앞서 시의회에서 인형극 특화 창업지원센터(춘천국제인형극학교) 운영을 위한 ‘춘천시 문화시설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지난달 민선 8기 춘천시에서 제출한 춘천국제인형극학교 신설 내용을 담은 개정안에 대해 매년 20억원 이상의 위탁운영비가 들어가는 등 해당 사업 추진이 무리라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단 시의회는 별도 관리 운영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가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추진했던 행정 절차들도 모두 중단됐다.

    시의 이 같은 결정은 개정안 부결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예정했던 개관일로부터 불과 사흘 전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국제인형극학교는 증·개축 중인 청소년여행의집에서 25일 문을 열 예정이었다.

    또 오는 29일부터 연말까지 시범 과정인 가을 학교와 내년 상반기 봄 학교를 운영하고, 이어 내년 9월부터 2년 과정의 정규학교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부결 이후 수업이 연내 진행될 수 있도록 시와 운영본부, 의원들이 조율에 나섰지만, 이를 위한 관련 근거가 없어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는 것이 시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운영하지 않고 내년 초 인형극 교육만 시행할 예정이다.

    시는 10월쯤 창업지원센터 운영지원 조례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봄 시범 교육이 가능해진다. 단 조례가 통과될 경우 2024년까지 2년간 시범 교육을 진행하고, 관련 성과에 따라 개교를 다시 논의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조례제정 및 운영계획 재수립 등 행정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 1월부터 인형극 창업지원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결정에 따라 인형극 도시로 춘천시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시의 행정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형극학교의 취지는 한국 현대 인형극 최대 거점도시로서 춘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것이었지만, 수십여년간 쌓아온 인형극 도시 춘천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게 됐다. 

    이번 수업을 신청했던 한 극단 관계자는 “상황이 어찌 됐건 해외에서 외국인 교수들이 올 예정이었는데, 수업 개설을 못 할 정도로 큰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며 “춘천뿐 아니라 한국 인형극의 이미지에 지장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춘천으로 이주할 계획으로 집까지 알아봤는데 여러모로 허탈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고위 집행부의 숙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최초의 인형극학교를 만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명예 교장까지 임명했는데, 이번 일로 국내외적 망신을 떨쳤다는 비난이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던 수강생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축제 시즌인 가을이 포함된 만큼 수강을 위해 공연 일정을 취소하거나 조정한 경우가 발생한 게 주요 이유다. 국내외 주요 강사진들도 수업을 위해 기존 수업 일정과 공연을 취소했던 터라 이에 대한 보상도 논의되고 있다.

    지역 임대업자들의 손해도 불가피해졌다. 수업을 위해 7명의 임대인에게 18곳 원룸을 임대하기로 했지만, 사업이 취소되면서 피해를 보게 됐다. 4개월 단기 계약인 데다 보증금을 줄 행정 근거가 없어 시를 믿고 임대를 결정한 결과, 4개월간 공백이 생기게 됐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의 적극성도 떨어졌다는 비판도 거세다. 

    신미란 춘천국제인형극학교 본부장은 “교육기관을 만든다는 것이 100년을 바라보고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시 집행부의 확신과 신념이 중요한 일인데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인형극은 민선 7기에서 8기로 넘어가면서 전담 부서 담당자의 로테이션(변경)이 잦은 것은 물론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시의회 지적을 받게 되면서 사업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이 씌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학교 개관이 결정됐어도 예정 일정에 맞춘 개관은 불가능했다.

    시에 따르면 청소년여행의집을 증·개축한 국제인형극학교 공사는 지난 6월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기상 상황 등으로 9월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춘천국제인형극학교에 투입되는 예산은 국비 7억원과 시비 12억원 등 모두 20억원이다. 올해 운영예산 12억원 중 25% 정도가 이미 사용됐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