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15곳에 직원 수는 ‘0‘⋯무인점포, 어느덧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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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포 15곳에 직원 수는 ‘0‘⋯무인점포, 어느덧 대세로

    춘천 골목골목 ‘무인점포’ 증가
    서비스업 1년 만에 1만개 감소
    소형 점포의 새로운 표준 될 것

    • 입력 2022.08.23 00:02
    • 수정 2022.08.24 03:49
    • 기자명 이종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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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춘천 후평동.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후평동 쪽으로 가는 도로변을 걷다보니 무인 빨래방과 무인 밀키트 판매점, 무인 프린트점이 잇달아 나타났다. 주변에서 자취하는 대학생들이 무인 빨래방에서 세탁하고 밀키트점에서 저녁 거리를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무인점포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인건비 상승에 구인난까지 겹쳐 자영업 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무인점포는 이런 걱정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고민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춘천 골목 상권에서 직원이 없는 무인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무인점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젊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춘천에서는 무인점포가 점차 소형 점포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강원대 후문~후평동 뿐 아니라 강원대 정문~석사동 등 강원대학교 인근은 춘천에서도 무인점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본지 취재 결과 강원대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반경 1㎞ 이내에 무인점포는 15곳에 달했다. 빨래방 8곳, 밀키트 판매점 4곳, 아이스크림 판매점 1곳, 사진관 1곳, 프린트점 1곳 등이다. 이밖에도 주거밀집 지역에서는 이같은 업종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시민이 셀프빨래방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이종혁 인턴기자)
    한 시민이 셀프빨래방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이종혁 인턴기자)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무인점포라고 해도 통계상으로는 1인 사업자(사업주 1인)로 분류되는데, 춘천에서 1인 사업체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본지가 통계청의 ‘사업장 종사자 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춘천시 전체 사업체 중 1인 사업체 비율은 2018년 37.2%에서 2019년 39.1%, 2020년 42.8%, 지난해 42.5%로 상승 추세다. 특히 숙박·음식점의 1인 사업체 비중은 2019년 24.6%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0년 33.3%, 지난해 36.4%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춘천에서는 무인점포의 유행과 단순 서비스 일자리 감소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강원통계지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강원지역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의 취업자 수는 18만명으로 전년동월(19만명) 대비 1만명(5.2%) 줄었다. 무인점포가 증가하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원 지역에서는 오히려 구인난이 무인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않다.

    무인점포 유행으로 디지털 취약계층은 불편을 겪기도 한다. 무인 빨래방에서 만난 최모(68)씨는 “집 앞 셀프 빨래방을 혼자 이용하는 법을 익히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없는 가게는 피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인구 구조상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무인점포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석사동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인건비 상승으로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시급이 1만2000원을 넘어가지만 그런데도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어렵다”며 “차라리 인건비도 들지 않고 구인난도 없는 무인점포가 속 편하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이종혁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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