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졸속 처리” 온의동 아웃렛 입점 발표에 소상공인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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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실에서 졸속 처리” 온의동 아웃렛 입점 발표에 소상공인 반발

    4개 전통시장 상인단체, 아웃렛 사업자와 합의
    아웃렛 입점시 명동·지하상가 옷가게 직격탄
    자영업자‧상생협 ‘밀실 협약 졸속처리’ 반발

    • 입력 2022.08.20 00:01
    • 수정 2022.08.23 00:12
    • 기자명 이종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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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상생안이 아니라, 우롱안입니다.“

    춘천 온의동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상가에 들어서는 아웃렛이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과 합의해 입점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웃렛 입점으로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반발이 나온다. 춘천시가 특정 전통시장 외 소상공인들에게 제시한 ‘상생안’ 중 일부는 오히려 기존 상권을 급속도로 쇠퇴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 모다아웃렛'이 입점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이종혁 인턴기자)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 모다아웃렛'이 입점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이종혁 인턴기자)

    춘천시에 따르면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 사업 주체인 모다이노칩은 지난 18일 인근 1㎞ 내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포함되는 4개 전통시장(남부·중앙·제일·풍물시장) 상인 협의회와 상생 협약서를 합의했다. 춘천시 조례에 따라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대규모 점포 입점 허가를 위해서는 전통 시장과 상생 협약을 맺어야 한다. 춘천시는 업체가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근거로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증을 교부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다이노칩과 전통시장간의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근처 전통시장 4곳 등에 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춘천시 관계자는 본지 확인 요청에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며 “사회적 책임, 지역 경제 기여, 중소상인 상생 협력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아웃렛 입점으로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한 춘천시내 소상공인들은 상생 협약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아웃렛에 입점하는 220개 점포는 주로 패션·뷰티·F&B·라이프스타일 업종이다. 입점 후에는 전통 시장보다는 인근 명동과 명동 지하상가, 로데오, 은하수거리 상가 등의 동종 업체 고객들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시는 이날 “지역 상인들이 포함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3차 회의를 개최해 상생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으나, 실상 이 회의는 별 의미 없는 명분 쌓기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요건인 전통시장 상인과의 합의가 이날 오전 이미 끝나 있었기 때문이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춘천시 상인회와 유통업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아웃렛 입점에 앞서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하는 기구는 아니다. 설령 이 회의에서 상생안이 부결됐다 하더라도 아웃렛 입점을 막을 수 없는 상태였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인사는 “춘천시가 이미 모다이노칩 측과 시장 상인들이 협의해 입점이 확정됐다고 통보한 후, 아웃렛 입점 업체가 가져온 ‘상생 방안‘에 대한 동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참석자 다수가 “이럴 거면 협의회를 왜 개최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지역주민을 위해 노력한다’는 권고안 수준의 상생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마지못해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협의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모다이노칩이 이날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서 내놓은 ‘상생안‘ 역시 명동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현실적인 방안은 포함하지 않았다. 특히 일부 조항은 오히려 기존 상권을 죽이는 독소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에서 영업 중이던 브랜드 점포 13곳을 아웃렛에 우선 입점하게 하고,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여기에 해당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방안을 놓고 ‘상생안이 아니라 우롱안’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온다. 이 방안에 따라 구도심 상권에 있던 브랜드 점포가 아웃렛으로 옮겨갈 경우 춘천 시내 해당 브랜드를 독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명동의 A 브랜드 점포가 온의동 아웃렛으로 이동해 가면 A 브랜드 고객은 명동 대신 아웃렛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기존 상권은 빈 점포들로 인해 상권이 급속도로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한 회의 참석 인사는 “이런 것을 상생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춘천 소상공인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춘천시가 마치 지역 소상공인들과 합의해 아웃렛 입점을 결정지은 것처럼 발표하자 상인들은 분노한다. 김대봉 춘천명동상점가 상인회장은 “춘천시와 모다이노칩은 명동 상인회와는 상의 한번 없이 근처 전통시장 상인들과 밀실 협약으로 협의를 처리했다”며 “대규모 아웃렛이 입점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보는 건 명동과 지하상가 상권인데 그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춘천시가 시민 편의를 위해 아웃렛 개점을 허가하더라도 소상공인들이 입을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지역 유통업계의 한 인사는 “이번 합의는 행정 편의주의에 따라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만 일시적 혜택이 단발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대규모 점포 입점시의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해 예를 들어 아웃렛과 소상공인협의회의 협약을 통해 매년 매출액의 일정 부분으로 기금을 운영하며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이종혁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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