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입 막은 인형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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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입 막은 인형의 메시지

    세상을 향한 무언의 발언, '할말하않 展'
    인형 통한 은유적 표현, 사회 부조리 항거
    거친 표현의 고딕적 효과로 강렬한 메시지

    • 입력 2022.08.18 00:00
    • 수정 2022.08.19 06:53
    • 기자명 오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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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못 하는 인형에게 마스크를 씌운 까닭은 무엇일까?"

    ‘인형 작가’로 유명한 춘천 출신 황효창 화백의 초대전 ‘할말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 오는 28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시민과 조우한다.

    전시는 인형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향한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해온 황 작가의 작품활동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한 출품작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황효창 작가와 그의 작품 '불통'.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황효창 작가와 그의 작품 '불통'.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황 작가는 눈빛을 잃고 입을 막은 인형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그림에 담았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형을 소재로 작가 개인만이 아닌 대중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선글라스를 끼거나 마스크로 입을 가린 인형들이 대거 등장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인형에 마스크를 씌우고 강제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떤 인형은 동공이 뚫린 듯 초점을 잃고 공허한 눈빛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 인형들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

    작품들은 1970년대 작가의 청년 시절 '유신체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검열에 저항하며 그렸던 인형 그림들과 연결성을 가진다.

    작품 ‘불통’ 역시 2006년 ‘번호 붙인 사람들’의 화답이다.

     

    황효창 작 '생각납니다'. (사진=정현경 관장 제공)
    황효창 작 '생각납니다'. (사진=정현경 관장 제공)

    그의 작품은 기교 없이 정직하고 거친 표현으로 무언의 압박감을 전달한다.

    푸른 빛의 인형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작품 ‘생각납니다’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농단 사태에 촛불시위가 확산할 당시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저항정신을 담은 무언의 인형들을 통해 세상에 대한 발언도 멈추지 않는다.

     

    황효창 작 '부상투혼Ⅰ'.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황효창 작 '부상투혼Ⅰ'.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황 작가는 작품을 통해 꾸준히 사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70년대 초 홍익대 동기들과 함께 ‘에스프리’ 그룹을 결성해 실험적인 작업을 했던 그는 이후 당대의 주제를 반영한 암울한 사회를 표현하기 위해 인형을 소재로 화폭을 채우기 시작했다.

    작가는 코로나19로 단절의 시대를 사는 지금, 다시 눈과 입을 가린 인형들을 내보이며 세상에 소리치고 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전시 타이틀과는 다르게 그의 작품 속 인형들은 저항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관장은 “황효창 작가는 80년대 후반에서 지금까지 지역 미술계 리더로서 시대적, 사회적 메시지를 반영해왔다”며 “전시는 곧 팔순을 바라보는 지역 원로작가의 18년간의 작품을 조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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