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영원한 청년작가' 김유정문학촌 스무돌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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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플러스] '영원한 청년작가' 김유정문학촌 스무돌 맞이

    '청년 작가 김유정' 문학정신 기리는 문학촌 개관 20주년
    '뽀뽀' 처음 사용 등 진부하지 않은 문체로 여전히 사랑받아
    문학정신 기리는 순회 전시회 '유정고도' 추진
    국내 문인 아카이브 사업, 현대문학의 성지화 기대

    • 입력 2022.08.16 00:01
    • 수정 2022.08.18 08:24
    • 기자명 박지영 기자·한재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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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봄봄과 동백꽃으로 유명한 김유정 작가는 춘천 출신이자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표현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근현대문학의 거장이다. 이슈플러스 이번 시간에는 개관 20주년을 맞은 김유정문학촌의 박지영 사무국장과 김유정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편집자주>

     

    ▶ 개관 20주년 맞은 김유정문학촌 소개 
    김유정 문학촌은 춘천의 자랑이자 긍지인 작가 김유정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에 조성된 공립문학관이다. 처음에는 생가 구역만 조성해 개관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확장해 이야기 집, 야외무대, 기획전시실인 낭만누리동까지 구역을 넓혔다. 

    ▶ 개관 20주년 기념사업 소개
    김유정 문학촌 개관일이 8월 6일이다. 그래서 지난 6일과 7일 무료 개방 행사를 했고, 이후에도 2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업은 2002년에 조성된 기념 전시관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콘텐츠로 조성해 빠르면 올해 안에 개관하려고 한다. 그리고 2013년에 강원대 명예교수셨던 故 박민일 교수께서 굉장히 귀한 자료인 근현대 예술인, 문학인들의 육필 원고 192종 543점을 저희한테 기증해 주셨다. 수장고에 있다가 작년에 스토리텔링해 전시하면서 육필 원고의 귀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20주년을 맞아 김유정문학촌이 앞으로는 김유정 작가 한 명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선생이 살았던 시대와 나아가 현대문학의 성지처럼 조성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문인 아카이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김유정 선생이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사셨다. 6살 때 서울로 올라가서 살다가 돌아가실 때는 경기도 광주 지금의 하남시에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20주년을 맞아서 선생 삶의 궤적을 더듬는 순회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유정고도'라는 제목인데 '고'가 외로울 고(孤)자다. 김유정의 외로운 문학의 길이란 의미로 실레에서 서울을 거쳐서 돌아가신 하남 산곡에 이르는 순회전이다. 그래서 8월 26일 하남에서 전시를 시작하고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에 있는 이상의 집에서 전시하게 된다. 이상 시인은 김유정 선생과 굉장한 절친이고 사실 천재라는 호칭은 이상한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김유정 선생 삶의 궤적을 밟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문화를 공유하고 김유정이 춘천 지역에 국한된 작가가 아니라 한국 문학사에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김유정 선생이 천재 작가로 불리며 대중적 사랑을 받는 이유
    천재 소설가라기보다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천재 작가라는 명칭이 붙기까지는 집필 기간이 4~5년 정도인데 그동안 33편의 소설과 12편의 수필을 집필했다. 건강한 몸도 아니고 병약한 몸으로 집필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으면 그보다는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된다. 

    MS투데이 스튜디오에서 박지영 김유정문학촌 사무국장이 김유정 선생의 문학정신과 김유정문학촌 개관 20주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MS투데이 스튜디오에서 박지영 김유정문학촌 사무국장이 김유정 선생의 문학정신과 김유정문학촌 개관 20주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 김유정 작가의 문학적 특징 
    '이야기꾼'이라고 하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 문체적인 특징인데 그 당시 작가들은 문어체적인 표현을 많이 썼고 한자를 많이 쓴 것에 비해 김유정 선생은 구어체를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하층민들의 언어와 육담적인 언어를 가감 없이 사용했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이야기꾼이라고 표현되는 것 같다. 
    그리고 김유정의 문학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가 될까를 굉장히 고민해 보니 조금 어려운 얘기이긴 하지만 공자가 하신 말씀인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낙이불음(樂而不淫)하면 '즐겁지만 음란하지 않다'라는 의미로 김유정 작품을 얘기하면 재미있긴 하지만 외설스럽지 않고, 애이불상(哀而不傷)으로 '슬프지만 상처받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중용의 덕을 강조하신 것 같은데 김유정 선생의 작품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굉장히 재미있지만 넘치지 않아서 외설스럽지 않고 슬프지만 상처받는 데까지는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봄봄'과 '동백꽃'만 보신 분들은 '김유정 문학이 왜 슬퍼?'라고 생각하겠지만 교과서에 실렸던 그 작품들만 슬픈 게 없을 뿐이고 유명한 두 작품이 선생의 문학을 대변지는 않는다. 김유정의 문학은 해학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고 어떤 서글픈 웃음을 주며 우리나라 전통의 정서인 고난과 한을 웃음으로 극복하는 그런 것의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 '뽀뽀' 등 독창적 표현을 많이 썼다?
    '뽀뽀'는 그때만 해도 단어가 아닌 의성어였다. 그런데 그것이 통용되다 보니까 '뽀뽀하다'라는 단어로 성립된 것이다. 김유정 선생은 의성어, 의태어에 굉장히 예민하고 예리하게 표현해 적재적소에 사용하던 분이다. 그리고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작중 인물의 심정이나 정서를 다른 사물에 빗대서 표현하는 것을 즐기셨다. 그래서 작품 ‘소낙비’에 춘호의 젊은 아내가 남편의 매질에 못 이겨서 매춘하러 나가는 장면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를 '맴맴'이라고 표현 안 하고 '매음매음'이라고 표현했다. 심청이라는 작품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제비소리를 '지지배배 지지배배'라는 상투적 표현으로 쓰지 않고 ‘비리고 배리고'라는 표현을 썼다. 작중 인물이 어떤 위선적인 인물한테 느끼는 역겨움을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담아 표현한 것이다. 이 밖에도 굉장히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선생이 굉장히 음성 상징어에 예리하셨던 분이라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김유정 선생이 100여 년 전에 태어나고 그 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잘 안 읽히는데 지금까지 많이 읽는 이유가 굉장히 쉽게 쓰였고 진부하지 않고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 마무리 인사 
    문학촌을 찾는 많은 학생과 교사들은 교과서에 나온 '봄봄', '동백꽃'의 작가로만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교과서 텍스트의 느낌이나 공부를 위한 작가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한 100여 년 전에 여기 살았던 한 청년이 척박한 시대를 살면서 과연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정말 처절하게 고민했고, 폐결핵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으면서 자기의 생명을 소진해가면서 꼭 남기고 싶었던 그런 작품들. 가장 병고가 심했던 마지막 5년 동안 폭발적으로 작품을 써내면서 자신의 생명을 단축했던 청년 작가가 과연 우리한테 전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문학촌을 방문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문학촌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 청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대담=[한재영 국장]
    촬영·편집=[박지영·이정욱 기자 ji8067@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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