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4000만원⋯수상한 약국 장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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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사라진 4000만원⋯수상한 약국 장부 미스터리

    제약 회사 장부 2억1000만원, 약국은 1억7000만원
    영업 사원이 약국에 할인가 판매 후 장부에 정상가 기입
    "투명하게 회사 장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 입력 2022.08.02 00:02
    • 수정 2022.08.04 00:05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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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이 춘천의 유명 약국과 거래하면서 장부를 사실과 다르게 기입해 회사에 4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국은 거래대금 미지급으로 제약 회사와 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제약 업계에서는 약국과 제약 회사들 간의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관행이 비슷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춘천의 한 약국 대표 약사 A씨는 지난 5년간 제약 회사 S사로부터 약 1억7000만원어치 약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그런데 최근 팔리지 않은 일부 약을 반품하기 위해 S사에 연락했다가 깜짝 놀랐다. A씨 약국에서 4000만원이 넘는 약값이 미지급돼 제약 회사로부터 거래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는 것. A씨는 “약값을 미지급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A씨 약국에 약을 납품하는 S사 영업 사원 B씨가 지난 5년간 회사 장부와 A씨 약국에 판매하는 약 가격을 달리 책정해왔던 것. B씨는 회사 장부에 A씨 약국에 정상가격으로 판매한 것처럼(약 2억1500만원) 작성해왔으나, 실제로 A씨 약국에 할인가격을 적용해 받은 돈은 1억7000만원에 그쳤다.

     

    약국이 영업 사원으로 인해 제약 회사와의 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약국이 영업 사원으로 인해 제약 회사와의 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S사 자체 조사 결과, B씨는 자신의 영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약국에 할인가를 제시했으나 회사 장부에는 할인되지 않은 정상 가격을 기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S사는 A씨의 약국으로부터 장부상 4000만원을 미지급 받은 상태가 됐고, A씨 약국에 거래 중지 처분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A씨는 B씨의 장부 조작으로 자신의 약국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S사로부터 약을 싸게 구매한 만큼 소비자에게도 저렴하게 약을 판매해 특별히 이윤을 본 것이 없으므로 거래 중지가 부당하다는 것. A씨는 “새로운 거래처를 만드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파스 종류와 의료용 밴드는 소비자들이 S사 제품을 주로 찾으므로 거래 중지되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S사 조사에서 B씨는 장부상 차이 나는 금액을 사적으로 유용한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S사는 “B씨는 퇴사 조치하기로 했으며 추가적인 조치를 논의 중”이라며 “A씨 약국과는 앞으로 정상 출하가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영업 사원 1인에 의존하는 제약 회사와 약국 간의 거래 방식 탓에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B씨는 본지 통화에서 “A씨 약국 규모가 커서 영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을 인정한다”며 “다른 약국들에는 약 입고가 지연되거나 반품처리가 늦어진 것 외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여러 약국에서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이 장부를 조작하거나 성실하게 기입하지 않는 수법으로 회사 혹은 약국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영업 사원이 약국과의 거래 기록을 전부 관리하면서 특별한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서울의 한 약국에서도 영업 사원이 4년 동안 약국 카드를 허위로 결제하거나 결제 취소된 금액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약품 결제대금을 속인 사건이 있었다. 2016년 창원, 2017년 광주광역시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약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남궁정연 춘천약사회장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영업 사원으로 인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약사가 언제든지 회사 장부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일부만 갖춰져 있는데, 시스템이 개선되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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