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채권으로 '머니 무브'⋯투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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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채권으로 '머니 무브'⋯투자해도 될까?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 급등, 가격메리트 생겨
    현 채권시장 상승은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투자 신중해야

    • 입력 2022.08.02 00:00
    • 수정 2022.11.09 14:45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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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주식시장의 하락세에 질려서일까.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주식 ETF(상장지수펀드)에서 2조5000억원 빠져나갔지만, 국내채권 ETF로 2조3000억원 유입됐다. 무엇보다 채권 초보 투자자인 ‘채린이’의 시장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올해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7조61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3.7% 급증했다.

    이처럼 채권 매수세가 급증한 것은 현재의 시장 채권금리가 높은 구간에 들어 있어 채권값이 싸져 가격 메리트가 커졌기 때문이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금리 2%, 만기 1년인 A채권이 있다고 치자. 이 채권에 지금 100만원을 투자하면 1년 후 102만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만약 금리가 3%로 올라 다른 채권에 투자하면 1년 후 103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102만원을 받는 채권에 투자할 사람이 있을까. A채권금리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 2%이니 이 채권을 소지한 사람이 현금화를 하려면 99만원에 팔아야 한다. 그럼 A채권을 99만원에 사는 투자자는 1년 후 102만원을 받게 돼 3만원의 수익이 나니 금리 3%짜리 채권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금리가 2%에서 3%로 오르면 채권 가격은 100만원에서 99만원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현재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기준금리는 1.75%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채권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3%대를 반영한다고 분석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회사채, 공사채, 은행채(신종자본증권)의 이율은 3~4%대에 달하며 가장 이율이 낮은 국고채나 단기 사채 금리도 2~3%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시중 금리가 낮았던 2000년대 초반 발행된 장기채나 2020~2021년 사이에 나온 채권은 그간 금리상승으로 발행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채권을 매수하면 이자 수입과 함께 만기 시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다. 과세대상인 이자소득은 줄고 비과세인 매매차익은 늘어나면서 절세효과에 따른 실질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들어 채권 매입 수요가 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국고채다. 국고채는 정부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가가 보증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대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들이 국고채를 집중 매수한 것은 비과세 수익인 매매차익을 거둬 실질 수익률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한국 잠재성장률은 이미 2%로 떨어진 상태다. 기준금리는 결국 잠재성장률에 수렴하게 돼 있으므로 현재 3%대 국고채 금리는 장기적으로 2%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걸 생각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고채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부 자본증권, 코코본드라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도 많다. 은행이나 금융지주사에서 자기자본비율(BIS)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인 금융지주사들의 신용등급이 AAA급으로 최고등급이더라도 AA-로 세 단계 낮게 발행된다. 후순위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4% 수준으로 시중 예금금리보다 이율이 2배가량 높으면서 금액 제한 등 제약조건도 없다. 발행사가 우량 금융사들이라 돈을 떼일 우려도 적다.

    그러나 단순히 주식시장의 손실을 만회하려고 채권시장에 뛰어든 개인들한테는 지금 상황이 채권 투자에 꼭 유리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최근의 채권시장은 경기가 아닌 순전히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릴 수밖에 없어 채권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는 금리상승 리스크가 있어 그 이후로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경기가 그리 나빠지지 않다면 채권 투자 여건도 나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투자자들과 달리 외국인들은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6월 국내 상장채권을 9340억원 순회수했다. 순회수라는 것은 거래 체결 기준으로 매수보다 매도 및 만기상환 금액이 더 크다는 것으로, 그만큼 투자자금을 거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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