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을 담아 만든 한 장의 역사⋯한국전쟁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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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의 순간을 담아 만든 한 장의 역사⋯한국전쟁 사진전

    종군기자 맥스 데스포가 포착한 한국전쟁
    퓰리처상 수상작 '대동강 철교' 포함 36점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 일깨워

    • 입력 2022.07.27 00:00
    • 수정 2022.07.28 00:09
    • 기자명 오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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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만 기억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맥스 데스포)

    한반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날이었던 한국전쟁은 시작은 있지만, 끝나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1950년 발발해 70년이 지난 현재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지워져 잊힌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참혹했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6·25 잊혀진 전쟁’ 전시가 내달 11일까지 춘천문화원 의암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종군기자 데스포의 작품 36점을 선보인다.

    1950년 9월부터 12월까지 한국전쟁 기간 중 가장 긴박했던 4개월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는 △서울수복 △평양탈환 △중공군의 개입 △흥남철수 등 4개의 대주제로 나눠 안내된 길을 따라가면 시간순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데스포는 작전을 펼치는 미군의 활약상을 담기보다 피란민들의 근처에서 그들이 겪는 처참한 상황을 주로 포착했다.

     

    '밝게 웃는 공산군 포로'.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그의 사진 속 피란민들은 목놓아 울기도 하고 해맑게 웃기도 한다.

    전시 상황에서 웃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포로 신세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생존’했다는 안도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전쟁의 끔찍함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퓰리처 사진 수상작으로 알려진 ‘대동강 철교’에는 중공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한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란민들의 처참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맥스 데스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준 '대동강 철교'.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맥스 데스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준 '대동강 철교'.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당시 데스포는 차량으로 먼저 이동했는데 다리를 건넌 뒤 피란민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15m 상공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피란민 행렬은 목숨을 걸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험한 다리 위를 필사적으로 건너고 있다.

    12월 차디찬 겨울바람에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단 8장밖에 찍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중에 한 장이 바로 이 사진이다.

     

    '눈 무덤을 헤치고 나온 손 끝'.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눈 무덤을 헤치고 나온 손 끝'.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눈 무덤을 헤치고 나온 손 끝'은 하얀 눈밭 위 양손이 묶인 채로 처형당한 사람의 검은 손가락 끝이 드러나 있다.

    그 위에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숨결이 눈을 녹여 숨구멍을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둘러봤을 때 손이 묶인 채 처형당한 수많은 시체가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진은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느끼게 한다.

    전시는 그간 외면했던 우리 역사를 직면하고 전쟁의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 평화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한승미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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