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젊은 예술가들이 그린 '세상 속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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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젊은 예술가들이 그린 '세상 속 나'

    '예술소통공간곳'입주작가·신진작가 교류展
    시대와의 불화를 당당한 시선으로 그려내

    • 입력 2022.07.24 00:01
    • 수정 2022.07.25 00:21
    • 기자명 오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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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대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전시가 춘천에서 선보이고 있다.

    춘천문화재단 ‘예술소통공간곳'의 입주작가 5명과 신진작가 5명의 교류전 ’세계와 나, 그 사이‘ 전시가 오는 30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주 아감벤은 그의 저서인 ‘장치란 무엇인가’에서 동시대인을 ‘자신의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자’이자 ‘자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자’라고 설명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동시대인들은 이 간극과 시대착오 때문에 순응하는 이들보다 예민하게 이 시대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는 그가 말하는 대표적인 동시대인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의 불화를 마주하고 각자의 언어로 저마다 그려낸 10명 청년작가의 작품들이 한곳에 모였다.

    전시는 작가 2명이 짝을 이뤄 하나의 타이틀로 작업해 총 다섯 개 공간을 이룬다. 회화와 조각, 동양화, 서예, 설치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우리는 항상 거기 있었다‘라는 타이틀에서는 김경원·이수현 두 작가가 동물을 소재로 표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경원 작가의 'Flying chicken'.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김경원 작가의 'Flying chicken'.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김 작가는 우리에게 제품으로 익숙해져 버린 닭, 젖소 등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다.

    달걀과 우유 등으로 대량 소비되는 가축들을 개별적인 개체로 보지 않고 전체적인 ’종‘의 이미지로 묶어서 생각하는 행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동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각자가 어떤 개별성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Flying chicken‘에서는 수십 개의 닭 모양 스테인리스스틸을 하나하나 다르게 채색해 작품 안에서만큼은 그들 존재의 차이를 인정하고자 했다.

    날 수 없는 닭이 하늘에 매달려 바람결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작가가 불어넣은 생명력으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수현 작가는 다양한 이유로 고통받는 동물들이 인간에게 던지는 물음을 텍스트로 표현해 작품의 제목에 담았다.

     

    이수현 작가의 '걱정하지 말아요 기억하지 않을게요'. (사진=이수현 작가 제공)
    이수현 작가의 '걱정하지 말아요 기억하지 않을게요'. (사진=이수현 작가 제공)

    작품은 북극곰이 달과 함께 차가운 물에 잠겨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걱정하지 말아요 기억하지 않을게요'는 '걱정해주세요. 기억해주세요.'라는 말을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가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무한의 주인'을 타이틀로 한 오세경 작가의 작품은 타인이 고통받는 순간을 플래시를 터트려서 순간 포착한 장면을 그대로 남겨놓은 듯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오 작가의 작업은 주로 사회와 개인 간의 갈등을 표현한다.

    2014년 작인 ’8학년 여학생‘은 작가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당시 있었던 사회적 비극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시기, 대학 입시라는 목표만을 바라보고 학생들을 다소 다그치며 가르치던 때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작은 방처럼 구성된 전시공간에는 오세경·한선주 작가의 작품 7점이 쏟아지듯 걸려있다.

     

    오세경·한선주 작가의 작품들이 걸린 공간.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오세경·한선주 작가의 작품들이 걸린 공간.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그림들은 고립된 세계에서 파노라마 형상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다가온다.

    빨간 조명이 비추는 자리에 들어서서 작품을 감상하면 고정된 하나의 시점에서는 전체 작품을 감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또 송신규 작가는 ’부유하는 형태‘라는 주제의 작품 ’욕망의 식물‘에서 어린 시절 작가의 고향인 춘천 덕두원에서 있었던 가족 간의 갈등을 얽혀있는 식물 줄기와 비정형화된 형상에 녹여냈다.

    송 작가는 점차 뻗어가고 싶은 식물의 번식력을 자신의 욕망과 같다고 봤다.

    [한승미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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