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름 하나 남기기가 쉬운 일인가. 그런데 연은 진흙 펄 속에 살면서도 많은 것을 남기고 간다. 거기서 살아가는 걸 보면 참 희한하다.”
지저분한 흙탕물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지만 물 위로는 깨끗하고 우아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 축축한 펄 속에 피었어도 꼿꼿이 수질을 정화하고 주변 생태계를 발전시켜 수많은 생명을 품는다. 또 연은 사람에게 자신의 모두를 아낌없이 내준다.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익화 작가는 오는 24일까지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갤러리툰에서 ‘초연(超然)의 치유' 사진전을 개최한다.
최 작가의 개인전은 코로나19시대에 살면서 지친 우리에게 연의 탄생, 성장, 죽음을 표현한 작품으로 ‘치유’를 주기 위해 기획했다.
최 작가는 "어려운 조건에도 피어나 고난을 이겨내고 주위를 돕는 연꽃의 모습이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며 소재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2018년부터 올해 봄까지 화천 하남면 서오지리 연꽃단지 등에서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중 28점을 선별해 선보였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사진에 투영된 다양한 연꽃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방문해 처음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연꽃의 대가 반쯤 꺾여 물속에 빠져있다. 물을 배경으로 한 이 사진의 반은 응달이 진 것이고 반은 밝은 햇빛이 비쳐서 대비 감을 준다. 연꽃의 죽음을 흑백대비로 강조해 강렬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최 작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물속 깊이 들어가기도 했다.
또 작가는 화려하게 핀 꽃의 모습보다는 차갑게 얼어 죽어가는 모습과 바짝 말라 시들어버린 모습에도 초점을 맞춰 바라봤다. 연꽃이 죽어 썩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눈 속에 박혀 얼어있는 대는 그림 같기도, 낙서 같기도 하다.
최 작가는 “사람만 늙는 게 아니며 연도 태어나서 늙고 죽어가는 과정이 있다"며 "꽃이 피고 죽어가는 과정은 우리의 인생과 같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최 작가는 2010년 은퇴한 뒤 아내가 선물해준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 2016년부터 춘천지역에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한승미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