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양악 로맨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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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과 양악 로맨스를 꿈꾼다

    ■윤수용 콘텐츠 1국장

    • 입력 2022.07.14 00:01
    • 수정 2022.11.09 14:18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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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포그래픽=박지영 기자
    인포그래픽=박지영 기자

    국악과 양악은 늘 공존의 그늘이 존재했다. 국악과 양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국악은 항상 보호의 대상이나 이인자((二人者) 정도로 생각되거나 여겨졌다. 우리의 시대는 빗장을 걸고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K팝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색깔로 지구촌 시장을 개척 중이다. 국악과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서구는 자기들 것인 ‘양악’만 있다. 우리는 국악과 양악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때마침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 바람에 국악과 양악이 음악계의 이견 없이 공존한다면, 고급 한류란 새로운 장르 탄생도 가능하다.

    혹자는 종종 국악의 ‘현대화’란 단어를 즐겨 쓴다. 이 말은 국악은 현대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출발한다. 이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은 교과서에서 우리 국악을 빼야 한다는 여론으로 번졌다. 지난 5월에는 국악 교육 축소 방침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국악계가 갈등을 빚었다. 교육부가 국악 교육과정 개정 시 현행 수준 유지 의견을 밝히며 다툼은 봉합됐다. 하지만 국악 홀대론에 관한 규탄의 목소리는 높았다. 당시 국악인 출신 가수 송가인은 국악 교육의 중요성을 호소했고, 신영희 판소리 명창은 무형문화재 반납 의사까지 천명했다.

    그동안 국악과 양악은 ‘퓨전’이란 이름을 차용, 공존을 모색했다. 이제 우리는 ‘퓨전국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다. 퓨전국악 장르가 정착한 것이다. 국악은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퓨전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음악 장르가 아니다. 아름다운 공존은 퓨전이 아닌 오리지널을 유지한 동행이다. 국악은 어쿠스틱이다. 어떠한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낸다.

    필자가 ‘퓨전’이 아닌 ‘공존’을 화두로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강원도 공연현장에서 상호연관성과 함께 다름의 공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 상생과 상호작용 가능성도 발견했다. 공존은 다름에서 출발한다.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공존이다. 이어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한다.

    우선 지난달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인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먼저 소환한다. 임윤찬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준 인물로 신라 시대 가야금 연주자 '우륵'을 언급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강원도 원주 출신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무대에서 가야금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무대 현장은 지난 2일 개막한 올해 19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 공연이었다. 음악제 예술감독인 손열음은 피아노 안쪽의 현을 손으로 긁고, 뜯고, 두드리며 가야금 같은 현악기 소리를 연출했다. 손열음은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준우승자다. 두 피아니스트는 2020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인연도 있다. 이들은 피에프 교향곡 1번을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곡과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을 연주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평창대관령음악제’로 이름을 바꾼 13회 음악제에서는 클래식에 국악을 접목한 연주가 선보였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안숙선 명창과 함께 계촌클래식 거리축제 개막 공연으로 협연 무대를 펼쳤다. 앞서 유네스코인류 무형유산인 정선아리랑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남기 예능 보유자의 무대로 60억 지구인의 심금을 울렸다.

    필자는 국악과 양악이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을 다시 한번 경계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공존을 꿈꾸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1일은 ‘세계 음악의 날’이었다. 1982년 프랑스 문화부장관이었던 자크 랑(Jack Lang)의 제안이 시발점이다. 이날은 일 년 중 가장 해가 긴 '하지'다. 일과 후에도 음악을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는 날이란 의미가 담겼다. 대한민국은 2014년 세계 음악의 날을 누리는 109번째 국가가 됐다. 서울은 727번째 도시로 등록했다.

    최근 춘천 국악계는 간절한 바람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올해 1월 창단한 춘천시립국악단 이야기다. 강원도 최초 시립국악단이란 상징성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랜 산고 끝에 창단한 춘천시립국악단 초대 예술감독인 이유라 명창은 “춘천만의 특징이 있는 예술을 선보이고, 잊혀 가는 우리의 소리를 알리겠다”며 닻을 올렸다. 춘천시립국악단은 3월 27일 창단공연에서 춘천 처녀장사 타령, 춘천 목화 따는 소리, 춘천 아라리, 소양강 뗏목 아리랑 등 춘천의 소리를 선보였다. 무대는 지역의 소리를 알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시민과 함께하는 자축의 무대였다.

    그러나 춘천시립국악단은 예술감독을 포함한 7명의 구성원 모두 비상임단원이다. 이들은 월 80만원 정도를 받는다. 우리의 전통과 소리를 알리는 주인공들에 대한 예우로 부족하다. 열정페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마저도 현실성 있는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상향 조정한 것이다. 매년 전국에서는 도립·시립예술단들의 ‘상임화’가 내홍으로 번지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단원들의 ‘상임화’는 필요하다. 아니 절실하다. 다른 시립예술단과는 동일 선상에 세우지 않겠다. 공존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비교이고, 소모적인 논쟁의 배격이 이유다.

    제11대 춘천시의회는 지난 7일 개원식에서 민선 8기 춘천시정과 공식적인 상견례를 가졌다. 양 기관 수장은 “시민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변자의 역할과 책무를 충실히 이행”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춘천시립국악단은 민요 중심의 춘천만의 특징을 살려 창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원 상임화를 넘어 시민과 호흡하고 교육현장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무대를 꿈꿔본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격언이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 전략도 필요하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춘천에서만큼은 국악과 양악의 로맨스를 꿈꿔본다. 선배 기자가 평소 조언하던 장자의 ‘무용의 용(無用之用)’, 즉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곱씹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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