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갑자기 어질어질⋯ ‘균형장애’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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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갑자기 어질어질⋯ ‘균형장애’일 수도

    • 입력 2022.06.24 00:00
    • 수정 2022.06.25 01:24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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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얼마 전 제 지인이 산행하다 겪은 아찔했던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산 정상의 바위에 앉아서 잠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이 앉아 있는 곳으로 올라오더랍니다. 그래서 자리를 비켜주려고 일어섰다가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균형을 잃었답니다. 다행히 급히 주저앉으면서 옆 사람을 붙들어 가까스로 추락은 면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했습니다.

    ‘이석증’은 중·노년층이 겪는 가장 흔한 어지럼증이지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노인들에게 낙상의 가장 무서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석증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세 멀쩡해지기도 해서 때론 꾀병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제 지인도 이석증이었습니다. 다만 가끔 나타나는 증상을 무시해 사달이 날 뻔했습니다.

    이석은 우리 귓속에 있는 마이크로미리(㎛) 단위의 아주 미세한 탄산칼슘(CaCO3) 덩어리들입니다. 탄산칼슘은 석회석이나 조개껍질 등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성분인데 이게 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귓속에 들어가게 됐는지 신기할 따름이지요.

    어쨌든 이석이라는 알갱이들은 귓속에서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작은 주머니(난형낭) 안에 들어 있어요. 우리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 이석이 함께 기울면서 감각세포를 건드려 그 정보가 뇌로 전달된다고 해요.

    전정기관에는 난형낭 외에도 삼반고리관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동그란 고리를 절반으로 자른 듯한 모양입니다. 반고리관은 회전운동을 감지하는 기능을 해요. 우리가 머리를 돌리면 이곳에 채워진 림프액이 관성의 법칙에 의해 한쪽으로 몰려 감각수용체에 압력을 가하거든요.

    그러니까 이석은 중력에 의한 기울기 즉 평형운동을, 삼반고리관은 회전운동을 각각 맡아 균형을 잡도록 도와줍니다.

    이석증은 바로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 같은 다른 부위로 이동한 결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실 이석증은 낙상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많고요.

    어지럼증 클리닉을 찾은 분 중에는 특정한 자세를 취해보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으신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이석 치환술’이라고 해서 이탈된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자세훈련법입니다. 유튜브에 전문가들이 소개해 놓은 정보가 많으니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어요. 검색창에 이석 치환술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다양한 정보가 뜹니다.

    이석증을 포함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많은데 이를 통틀어 균형장애(balance disorder)라고 합니다.

    균형 회복에는 전정기관뿐 아니라 눈과 손발, 근육 등 모든 감각기관이 동원되기 때문에 유발 원인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다 뇌간이 받아들인 균형정보를 소뇌(조정중추)가 학습하고 통합하기 때문에 소뇌도 건강해야 해요.

    따라서 이석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원인이라면 동반증상을 파악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이 반복되고, 청력 저하나 귀울림, 귀먹먹함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속귀의 내림프관에 들어 있는 림프액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현상으로 아직 뚜렷한 원인은 모른다고 합니다. 어지럼증의 정도가 심하고, 지속시간이 길지만 보통 저염식과 약만으로도 잘 치료된다고 하는군요.

    전정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전정신경염’도 있지요. 바이러스 감염이 주원인으로 어지러운 증상이 몇 시간에서 며칠간 계속되기도 합니다. 만성중이염이나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균형장애 중에서 서둘러 병원에 가야 할 질환도 있습니다. 뇌종양이나 뇌졸중, 뇌외상, 퇴행성으로 의한 소뇌위축증 등이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구토나 복시, 운동장애 등의 동반증상이 있으니 구별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현기증과 균형장애를 구분해야 합니다. 저혈압이나 저혈당, 빈혈이 있을 때는 눈앞이 하얘지면서 픽 쓰러지기도 합니다. 기립성저혈압은 일어날 때 핑 돌면서 아득한 느낌도 들지요. 갑작스러운 자세 변동으로 뇌에 혈액이 빨리 올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빈혈 증상입니다.

    어쨌든 나이가 들수록 균형장애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편하고 안전한 신발을 신어야 하고, 등산하더라도 높은 곳이나 위험한 곳은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안전한 곳을 찾아 자세를 낮추거나 주저앉는 게 상책입니다.

    균형감각을 계속 유지하려면 춤을 배워보세요. 바른 자세로 스탭을 계속 밟다 보면 신체 모든 근골격계가 고루 발달하면서 감각기관들이 협업하며 균형을 이루게 되지요. 고전무용이든 스포츠댄스나 사교댄스든 주변에 관련 강좌가 있으면 다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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