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물가 상승에 신바람 난 녀석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물가 상승에 신바람 난 녀석들

    • 입력 2022.06.21 00:00
    • 수정 2022.06.21 04:02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주식이나 채권 같은 투자상품은 물가 상승이 쥐약이다. 물가가 실질 수익률을 갉아먹어서다. 그런데 물가가 올라야 수익률이 높아지는 ‘청개구리’가 있다. 물가 방어에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도 올해 물가전망치를 2.7%에서 4.7%로 올려 잡았다. 만약 이런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10여년간 지속된다면 화폐가치는 반토막이 된다. 8000원짜리 자장면을 1만6000원 주고 사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0%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물가 경고음 속에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금융상품이 물가연동국채(TIPS)다.

    지난달 물가연동국채 거래대금은 1조4002억원으로 전월 대비 84%나 급증했다. 지난 2017년 3월 1조4790억원을 기록한 이래 5년여 만에 최대치다. 물가연동국채는 올해 들어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앞으로 고물가가 지속될수록 귀하신 몸이 될 전망이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불어나고, 받는 이자도 늘어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보상받게 되는 구조다. 물가채는 이자 지급 주기가 돌아오면 그달 발표된 물가연동계수를 원금에 곱해 조정원금을 산출한다. 물가가 상승할수록 조정원금이 커지고 이자 지급 규모도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 액면 1억원, 표면이율 2%인 물가채에 투자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00에서 1년 후 102로 올랐을 경우, 원금은 1억200만원으로 조정된다.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이자는 연 200만원 수준이겠지만, 물가가 올라 이자도 연 204만원으로 늘어난다. 10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물가지수가 그사이 110으로 상승했다면 원금은 1억1000만원으로 늘고, 이자도 연 220만원으로 증가한다. 다만 물가채도 채권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 자본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초기 투자했던 원금보다 물가가 오른 만큼 더 많은 상환금을 받게 된다.

    물가채가 인기를 끌자 이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도 선보였다. 지난달 31일 상장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물가채KIS’ ETF는 이달 들어 폭락장에서도 1.1% 수익률을 거둬 선방했다. 현재 순자산도 100억원이 넘는다.

    물가를 이기는 ‘인플레 파이터’로 배당주도 있다. 인플레가 시작되면 시장지배력이 있는 기업은 물건 가격을 올려 이익을 늘리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는 운명을 맞는다. 결국은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의 제품에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이익도 더욱 커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생긴다.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은 배당금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인플레 전과 후 제품 1만개를 동일하게 팔아 가격 상승이 반영된 이익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매년 이익금의 10%를 배당한다고 할 때 배당금은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뛰게 된다. 이것이 인플레로 인한 배당의 증가가 이뤄지는 과정이다. 기업들은 대개 제품 가격을 선제적으로 원가 상승 이상으로 올리기 때문에 배당 증가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인플레 시기에는 배당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배당주는 일반주에 비해 변동성이 덜하고 주가 하락기에도 하방경직성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고배당50지수는 올해 들어 하락률이 1%가 안 된다. 같은 기간 20% 넘게 떨어진 코스피지수와 비교해 선방했다. 고배당주인 KT는 올해 배당수익률 6% 정도로 예상되는데, 올해 들어 22% 급등했다.

    요즘은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리츠(REITs)도 인플레 파이터로 주목되고 있다. 자금을 부동산이나 관련 증권에 투자해 임대·매각 수익을 챙기는 리츠는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시 이자 비용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선 주가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하락폭도 작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 종목은 모두 19개로 이 가운데 15개 종목 주가가 올해 들어 강세다. 코람코더원리츠를 비롯해 SK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이리츠코크렙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상승세다. 지난달 31일 상장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일반 청약에서 증거금 6조원이 몰렸다. 2017년 말 34조2000억원 규모였던 리츠는 지난해 말 기준 76조원 규모로 4년 만에 2배 이상 커졌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에도 인플레 보호막이 처져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급여액이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2.5% 인상됐다. 그러나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은 물가 방어 기능이 없어 인플레 시기에는 실질 수령액이 줄어들 수 있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