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마을에 펼쳐진 김유정 소설 속 하층민의 비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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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레마을에 펼쳐진 김유정 소설 속 하층민의 비참함

    유환석 화백·손문자 인형작가 협업 전시
    김유정 소설 10장면 그림·인형으로 재해석
    문학모임 10인의 오일파스텔 그림도 전시

    • 입력 2022.06.18 00:01
    • 수정 2022.06.20 00:10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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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만이는 제 아내를 (여기가 퍽 중요하다) 제 손으로 직접 소장수에게 판 것이다. 내가 그 아내를 유인해다 팔았거나 혹은 내가 복만이를 꼬여서 서로 공모하고 팔아먹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1936년 1월 사해공론 ‘가을’ 中

    춘천 실레마을 태생 김유정 작가의 글에는 매춘과 가정폭력, 가난으로 인한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과 현실이 해학적이면서도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29년이라는 짧은 삶 속에서 50여편의 작품을 남겼지만, ‘동백꽃’ ‘봄봄’ 등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외에는 대중의 관심이 다소 덜한 편이다.

    김유정 소설가의 작품을 그림과 인형으로 재해석한 ‘김유정의 글 10장면’ 전시가 실레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소설 ‘가을’ 중 아내를 파는 장면을 표현한 그림과 인형. (사진=서충식 기자)
    김유정 소설가의 작품을 그림과 인형으로 재해석한 ‘김유정의 글 10장면’ 전시가 실레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소설 ‘가을’ 중 아내를 파는 장면을 표현한 그림과 인형. (사진=서충식 기자)

    김유정 소설가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그림과 인형으로 재해석한 전시 ‘김유정의 글 10장면’이 춘천 실레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시사만화협회장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유환석 화백과 손문자 인형작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유 화백은 45년간 그림을 비롯해 시사만화와 일러스트 등을 그렸고, 현재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와 그림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손 작가는 춘천에서 한복인형과 핸드메이드 소품을 만들며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가을’ ‘산골나그네’ ‘솥’ ‘밤이 조금만 짧았다면’ ‘오월의 산골짜기’ 등 소설 6편과 수필 4편에서 김유정 소설가를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10장면을 선정해 그림과 인형으로 제작했다. 10장면은 강원도 여인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장면, 김유정 소설가가 병마와 씨름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장면,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하층민의 현실을 표현한 장면 등 다채롭게 선정했다.

    유환석(왼쪽) 화백과 손문자 인형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유환석(왼쪽) 화백과 손문자 인형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유 화백은 그림 10개에 동화, 삽화, 일러스트, 만화 등 모두 다른 화법을 이용했다. 장면마다 인물의 감정과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유 화백은 “그림을 모두 다른 분위기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한 장면을 완벽히 그리기 위해 10개의 글을 모두 읽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설 ‘가을’의 한 장면은 기승전결이 확실했고, 반전 요소가 있었던 점이 인상 깊어 가장 자신 있는 네 컷 만화 형식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손 작가는 인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얼굴과 표정에 공을 들였다. 얼굴의 주근깨, 홍조 등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인형마다 각기 다른 시선 처리로 장면 속 분위기를 세심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작품 속 강원도 여성의 투박하고 무뚝뚝한 모습을 더욱 완벽히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며 “첫 데뷔전을 3개월 동안 준비하며 김유정 소설가를 많이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유정의 글 10장면’ 전시에서는 정기적으로 모여 김유정 소설가의 작품을 읽는 ‘김유정 문학모임’ 10인의 오일파스텔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신동면 실레책방에서 이달 26일까지 진행된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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