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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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과 과제

    • 입력 2022.06.14 00:00
    • 수정 2022.06.15 07:01
    • 기자명 책읽는춘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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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국가교육위원회가 7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국가교육위는 누가 집권하든 일관되게 추진할 중장기 국가 교육정책의 틀을 짜는 기구다. 2002년 대선에서 처음 공약으로 제시된 이래 대선 때마다 모든 후보가 명칭은 다르지만, 일관되게 공약했던 기구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이 당연히 변했고, 이러한 변화는 국민에게 혼란과 우려를 가중시켰다. 과도한 사교육비, 대학 서열화, 학벌 사회, 입시 과열과 같은 문제들은 정치, 경제, 복지, 노동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교육의 복잡성과 단절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했다.

    자치, 분권, 사회적 합의,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에 관료 중심의 상명하달식 교육정책이 갖는 한계도 분명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국가 교육정책을 일관성 있게 다루는 새로운 기구의 필요성이 늘 대두돼 온 이유다.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국가교육위는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지명 5명(상임위원 1명 포함), 국회 추천 9명(상임위원 2명 포함)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로 구성된다.

    특히 국가교육위에는 학생, 청년, 학부모 위원이 각 2명씩 의무적으로 포함되며, 교원단체 추천 2명, 대학교육협의회 및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각 1명, 광역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1명, 교육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참가한다. 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국가교육위의 기능은 크게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 수립, 국민의견 수렴 등 세 가지다. 국가교육발전계획에는 교육 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 교원 정책, 대학입학정책, 학급당 적정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 및 여건 개선 사항이 포함된다.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 수립 및 고시, 조사 분석 및 모니터링 업무와 함께 교육정책 수립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수행한다.

    새로운 기구의 운영에 대한 기대만큼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한 난제들도 많다. 가장 큰 우려는 ‘초당파’ ‘초정권’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국가교육위는 교육 관련 이해집단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정쟁만 펼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법에는 위원 구성이 21명으로 명시돼 있다. 대통령 지명 5명, 여당 국회의원 최소 4명, 교육부 차관 등을 포함하면 친여 인사가 전체의 과반을 넘을 수도 있다.

    위원 21명 중 18명이 비상임위원인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3년 임기에 비상임위원이라면 책임성이 낮을 수밖에 없고, 자신이 대표하는 단체의 이해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

    국가교육위가 소위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법적으로 국가교육위는 교육정책의 심의·의결을, 교육부는 집행을 맡는 식으로 이원화된다. 문제는 명확히 선을 그어 업무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가교육위가 ‘권고’에 그치고 이행을 강제하지 못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교육부, 교육청과의 관계에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교체되지 않는 권력이 있다면 그것은 친정권적 기구보다 더 무서운 반민주적인 기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는 평화로운 공간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가치와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난다.

    이번 국가교육위 출범을 통해 학교가 ‘싸움터(contested terrain)’가 되는 것을 막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야기됐던 정책변동의 혼란을 완화하며, 무엇보다도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참여하고, 길고 안정적인 미래 교육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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