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출마자 가운데 전국적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다. 바로 춘천시의원에 출마한 윤민섭씨다. 그는 유세 트럭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주민밀착형 선거운동을 펼쳐 당선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보수 텃밭인 강원도에서 정의당 후보인 그가 시의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에게 당선증이 전달된 지난 2일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실과 길거리에서 윤 당선인을 만났다. 그는 “아직 얼떨떨하다”며 “기존 정당정치에 실망한 주민들이 표를 준 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춘천시 라선거구에 출마한 6명의 후보 중 16.60%(3456표)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하며 당선됐다. 정의당 후보가 강원도 선출직 지방의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당의 전국적인 선거 참패로 대표단이 총사퇴한 것과 대조적인 그림이 춘천에서 연출됐다. 때문에 윤 당선인도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었다.
춘천시의회 입성을 위한 그의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춘천시의원 다선거구에 출마했지만 3위와 2.7%p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당선은 지난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이뤄졌다. 선거운동 기간 화제가 됐던 노란 전기 자전거가 대표적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지선 때 일반 자전거를 타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전기 자전거가 대중화되지 않던 때인데다 성능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자전거를 타고 시민을 만나던 그는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 무더운 날씨에 쉴 새 없이 페달을 밟다보니 체력에 금방 한계가 온 것.
“정말 죽을 뻔했어요. 주민이 보여서 따라가려다가 방전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느냐고 먼저 물어보고 기억해주셔서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전기 자전거를 적극 활용했다. 뒤에는 불이 들어오는 간판을 만들어 세워 차들이 쉽게 다닐 수 없는 골목들을 다니며 주민과 만났다. 강원도지사선거, 강원도교육감선거 등과 같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만나야 하는 선거와 달리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시의원은 자전거로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 똑같이 유세차를 끌고 다니면 주민들이 좋아할까 생각하다 또다시 자전거를 선택했어요. 유세 차량은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전하지만 자전거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의 선거 승리 요인은 바로 3번까지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다. 윤 당선인은 “어르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이 기초의원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며 “3등까지 당선되니까 굳이 양당에 몰아주지 말고 골고루 견제해야 한다고 말하니 공감해주셨다”고 했다. ‘3등까지 됩니다’ 그가 현수막에 가장 많이 내건 문구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적극 귀를 기울였다.
선거운동 기간 석사사거리 인근 한 인도에 차량 주차가 잦아 불편하다는 이야기에 전화가 아닌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출하는 방법을 안내했고 이를 도왔다. 곧바로 주차방지봉이 설치되자 주민들의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민 대부분이 선거운동 기간에만 의원들이 오지 당선되고서는 오지도 않는다며 지적하셨다”며 “저는 한 번도 못해봤으니 시켜봐 달라고, 당선되면 꼭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당선이 확정된 2일에도 거리에서 퇴근길 감사 인사를 했다. 지난 10여일과 달리 사거리에서 다른 후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4년 이후 재도전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중학생들이 명함을 받아가면서 사인도 해달라고 하고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며 “다음 선거에 이사 가지 말고 제게 투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미래 유권자다. 앞으로 선거연령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시장이 추진하는 내용을 같은 당 의원들이 반대하지 못해 통과되는 경우들이 있다”며 “시의회에 가장 중요한 기능인 집행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당이 작으면 반대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정확히 지적하는 역할을 충실히 보여드리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