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벼락 치듯 두통 올 때는 즉시 응급실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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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벼락 치듯 두통 올 때는 즉시 응급실 찾아야

    • 입력 2022.05.13 00:00
    • 수정 2022.05.13 21:0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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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우리는 종종 인체의 한계를 깨닫곤 절망합니다. 천리안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인간입니다. 두통이 그렇습니다. 내 머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또 통증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다면 강수연이라는 월드스타를 잃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대부분 증상이 먼저 나타납니다. 병으로 인해 큰 화를 면할 수 있도록 조물주(?)가 배려한 것이지요. 하지만 증상이 아주 짧거나 아예 예고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럴 때 ‘전격성’(電擊性)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전격성 간염’이나 ‘전격성 두통’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전격이란 벼락이 치듯 사전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것을 뜻하지요.

    두통은 증상도 다양하고, 원인도 제각각이지만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참아도 되는 두통’이 있는가 하면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되는 두통’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은 시간이 지나거나 대증요법만으로도 개선되지만, 뇌졸중 또는 뇌종양에 의한 두통은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이중 가장 시간을 다투는 것이 바로 뇌출혈의 원인이 되는 뇌동맥류 두통입니다. 여기서 류(瘤)는 ‘혹’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뇌동맥류란 혈관의 일부가 혹처럼 부풀어 오르다 압력을 못 이겨 터지는 질환이지요.

    물론 하루아침에 혈관이 풍선처럼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혈관의 얇은 벽이 늘어나는 수준이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꽈리처럼 부풀게 됩니다. 혈액이 이 부위를 지나면서 와류가 형성돼 그 압력으로 용적이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전격성 두통이라고 할 때는 통증의 심각성을 짐작하시겠죠. 사람마다 표현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두통’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두통’ ‘벼락 치는 듯한 두통’을 호소합니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흡연이나 고혈압, 외상성 뇌손상, 혈관에 쌓인 지방 등이 지목돼요. 요즘엔 유전적 요인도 거론됩니다. 선천적으로 혈관벽의 일부가 느슨한 사람이 있다는 거지요.

    뇌동맥류는 어느 나이 때든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40대부터 만들어진다고 해요. 지속되는 스트레스, 격한 감정이나 노동(무거운 물건을 들 때 등)으로 순간 혈압이 올라갈 때, 그리고 앞에서 열거한 흡연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복합적으로 느슨한 혈관을 늘어나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뇌동맥류는 갱년기 여성에게 월등히 많습니다. 55세 이상의 여성은 남성보다 동맥류에 걸릴 확률이 1.5~3배 높다고 해요. 폐경에 따른 여성호르몬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뇌동맥류가 매우 흔한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추정컨대 인구 4분의 1에서 뇌동맥류가 발생한다고 할 정도예요. 하지만 대부분 모른 채 살고 있고, 이들 중 극소수인 1% 정도에서 1년 이내에 동맥류가 파열된다고 합니다. 국내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뇌동맥류 치료를 받은 사람은 11만5600여명에 이릅니다. 이는 2015년 5만8000여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이니 증가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뇌동맥류 파열 환자들은 속수무책 사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 뇌동맥류는 풍선 터지듯 순간적으로 파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의 뇌동맥류는 짧기는 하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전조증상이 있다는 것이지요.

    증상은 꽈리처럼 부푼 동맥류에 미세한 구멍이 뚫렸을 때 시작됩니다. 이곳으로 혈액이 조금씩 분출되면서 두통은 물론 메스꺼움과 구토, 안통, 발작, 얼굴 감각 이상, 시력의 변화 등이 나타납니다. 두통은 갑자기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몇 시간에서 며칠간 계속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환자는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그만큼 회생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말이죠.

    뇌출혈 증상이다 싶으면 무조건 119를 불러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단단한 머리뼈에 의해 보호되기도 하지만 혈액이 분출할 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피부처럼 부풀어 오를 수 없어 뇌압이 올라가고, 그 결과 시시각각 뇌조직이 손상됩니다. 이런 이유로 뇌동맥류는 초응급질환입니다.

    이렇게 무서운 뇌동맥류를 예방할 수는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나 MRA(뇌혈관영상촬영)같은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클립처럼 생긴 장치를 이용해 꽈리 부위의 입구를 묶어줍니다. 이때는 두개골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뇌를 열지 않고 부풀어 오른 혈관을 메워주는 ‘코일색전술’이 보편화됐습니다. 사타구니 또는 손목으로 카데터를 넣어 해당 혈관까지 도달시킨 뒤 이곳에 코일 뭉치를 삽입해 혈액의 와류를 정상적인 흐름으로 바로잡아줍니다. 하지만 카데터의 진입이 불가능한 부위에 동맥류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클립 결찰술’을 시행합니다.

    모든 뇌동맥류 환자가 치료대상은 아닙니다. 그냥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일 작은 동맥류라도 있는 분들은 고혈압 관리는 물론 금연, 적정체중 유지, 건강한 식사 등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주셔야 해요. 뇌동맥류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뇌동맥류는 가족력이 있으니 1촌 정도에서 뇌동맥류 환자가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시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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