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환율 널뛰기··· ‘환헤지’냐 ‘환노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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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환율 널뛰기··· ‘환헤지’냐 ‘환노출’이냐

    요즘 미국 주식 산 투자자들, 주가 하락에 환차손 이중고
    환율 오름세 예상되면 환헤지형보단 환노출형 상품이 유리

    • 입력 2022.05.10 00:00
    • 수정 2022.05.10 10:24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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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요즘 어지간한 투자자는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자에겐 국내 투자에는 없는 리스크 요인이 있다. 환율 변동이다. 환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수익의 크기가 달라진다. 힘들게 벌어 놓은 투자수익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미래 시점의 환율을 현재 값으로 고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미래 가격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리스크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걸 ‘환헤지’라고 부른다.

    환헤지의 예를 들어보자. 해외 펀드 투자는 고객이 투자금을 원화로 납입하면 자산운용사가 이 돈을 투자대상국의 통화로 환전해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1270원일 때 1270만원으로 해외 펀드 1만 달러를 매입했다고 치자. 1년 후 환매시점에 펀드 기준가가 매입 당시와 동일하다면 손에 쥐는 돈은 1270만원일까? 그렇지 않다. 매입 때 원화를 환전한 달러화를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따져 봐야 실제 수익을 확정할 수 있다. 만약 매입 당시 1270원이던 원화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졌다면(원화 가치 상승) 환매금액은 10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누구나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환헤지를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거래 쌍방이 미래에 거래할 특정 외화를 사전에 미리 정해 놓은 환율로 매수 또는 매도하는 선물환 계약이다. 이 선물환을 이용하면 환매 시점의 환율을 미리 결정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시점과 환매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환율 변동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선물환 매도 계약을 통해 미래에 받게 될 1만 달러를 원화 환율로 고정해 두면 투자 수익금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원화 가치가 예상과 달리 환매 시점에 매입 때보다 떨어져 달러당 1270원이 아닌 1400원이 된다면 선물환 계약을 1270원으로 맺었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지만 환차익을 얻을 수 없는 배 아픈 일이 생긴다. 다시 말해 환헤지는 환차손의 위험에 보호막을 치는 대신 환차익은 포기하는 것이다. 환헤지가 환율변동의 완벽한 해결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미국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환차손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율이 오르리라 전망되면 헤지하지 말고 그냥 놔두는 것도 괜찮다. 이걸 ‘환노출’이라고 한다. 환율 변동이란 리스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 같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내하는 데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투자의 세계는 언제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앞의 고객이 1270만원으로 1만 달러의 해외 펀드를 사면서 환노출을 했다고 하자. 1년 후 환율이 매입 시점의 127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면 130만원의 환차익이 내 몫으로 돌아온다. 물론 환율이 1200원으로 떨어진다면 70만원의 손실이 생긴다.

    환노출은 환율 변동에 몸을 맡기는 접근방법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환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환율이 올라가면 환차익으로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올해 들어 달러-원 환율이 고공 행진하자, 투자자들이 환노출 상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분간 강 달러가 전망돼 환헤지 대비 환노출 상품이 수익률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해질 여지가 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뒤에 붙은 '(H)' 유무로 이를 파악할 수 있다. (H)가 있으면 환헤지 상품을 의미한다. 그 이외에는 환노출 상품에 속한다. 주식에는 환노출형·환헤지형 구분이 없지만 ETF(상장지수펀드)나 펀드는 구분해 놓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탠다드앤푸어500(S&P500)을 기초로 한 상품에는 환노출형인 TIGER 미국S&P500과 환헤지형인 ARIRANG 미국S&P500(H)이 있다. 기초지수는 같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환노출형이 18%, 환헤지형은 10%로 8%p 차이가 난다. 이 기간 환율이 11% 오르면서 환노출형이 그만큼 더 이익을 본 것이다. 또 환노출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2% 오른 반면 환헤지형인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은 1%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는 강세를 띨 가능성이 크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노출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위안화 절하 등 달러 강세 재료가 기승을 부리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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