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체험기] 상. '외식'vs'집밥'⋯한 끼 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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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高물가 체험기] 상. '외식'vs'집밥'⋯한 끼 전쟁 승자는?

    춘천서 집밥 해 먹는 것과 외식 비교 체험
    1인 가구 기준, 집밥보다 외식 다소 저렴
    조리와 뒷정리에 들어가는 시간은 부담

    • 입력 2022.05.01 00:02
    • 수정 2022.05.09 10:53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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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비상사태다.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오면서 물가 상승률은 매달 고공행진 중이다. 가장 체감이 큰 것은 역시 매일 고정적으로 드는 ‘식비’다. MS투데이는 직접 음식 재료를 구매해 조리한 '집밥'과 '외식', '간편식'과 '전문점'의 만두·핫도그 등을 각각 비교해 춘천지역의 물가를 체험했다. <편집자 주>

    ▶“절약하려면 집밥” 옛말
    춘천시민들의 식비 부담이 1년 새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도내 외식물가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가 증가했다. 이는 전국 상승률(6.6%)보다 높다. 서민 대표 음식으로 불리는 김치찌개 백반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6.3%, 된장찌개 백반의 경우 6.5% 각각 올랐다.

    식재료의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3월 도내 농·축·수산물 물가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9.7% 급등했다. “절약하려면 집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또 외식 비용도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외식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신 가정간편식(HMR)이나 밀키트 구매를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 밀키트는 식사를 뜻하는 밀(meal)과 세트라는 의미의 키트(kit)가 합쳐진 단어다. 

    MS투데이 취재진은 직접 물가 체험을 위해 춘천지역에서 음식 재료를 구매해 김치찌개를 조리해 봤다. 이어 김치찌개 전문점을 방문해 차이를 비교했다.

    ▶‘김치’ 식재료, 외식비 절반
    취재진이 방문한 신북읍의 한 김치찌개 전문점의 1인분 가격은 9000원이었다. 공깃밥과 6가지의 밑반찬, 서비스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조사 결과, 다른 김치찌개 전문점도 1인분에 8000~9000원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 신북읍의 한 김치찌개 전문점. 기본 반찬과 공깃밥을 포함해 1인분에 9000원이다. (사진=정원일 기자) 
    춘천 신북읍의 한 김치찌개 전문점. 기본 반찬과 공깃밥을 포함해 1인분에 9000원이다. (사진=정원일 기자) 

    반면 기자가 직접 김치찌개에 필요한 재료를 사보니, 재료비만 외식비의 2배 정도인 1만9100원이 들었다.

    이 중 실제 조리에 사용한 식재료는 1만940원 정도다. 그래도 외식비보다 더 큰 비용을 냈다. 단 집에 있던 고춧가루와 간장 등 양념은 제외한 비용이다. 또 음식점에서 나오는 기본 반찬도 제외했다.

    나 홀로 생활 중인 기자는 김치를 따로 보관하고 있지 않은데, 김치는 모든 재룟값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춘천 석사동의 한 마트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김치(400g)를 구매하는 데만 6180원이 들었다. 이 중 3분의 2 정도만을 조리에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김치에만 4078원 정도가 들어가 사 먹는 비용의 절반 가격을 차지했다.

     

    김치찌개를 직접 조리하는데 사용한 식재료. (사진=정원일 기자)
    김치찌개를 직접 조리하는데 사용한 식재료. (사진=정원일 기자)

    ▶돼지고기 앞다릿살 1달 새 10% 이상 비싸져
    다음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 재료는 돼지고기다.

    기자가 음식점에 문의해본 결과, 김치찌개 1인분에는 돼지고기 앞다릿살 150g 정도가 들어간다는 답변을 받았다.

    집 근처 정육점에서 한돈 앞다릿살 166g을 구매하니 2320원이 들었다. 100g당 1400원으로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육점 관계자는 “싼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설명은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가 올랐으며, 배로 가져오는 사료비도 비싸졌다”며 “사룟값이 오르자 도미노처럼 돼지고깃값도 2~3달 동안 10% 이상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통계도 정육점 관계자의 말과 일치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도내 돼지고기 앞다리 부위의 평균 가격은 100g당 1376원으로 1달 전(100g당 1203원)과 비교해 14.3% 올랐다.

    ▶전통시장 구매 채소 분량, 1인 가구엔 부담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채소류의 경우 조리에 들어가는 양보다 남는 것이 더 많아 부담이 컸다.

    기자는 춘천 온의동의 풍물시장에서 대파와 깐마늘, 홍고추 등을 샀다. 대파는 1단에 2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더 적은 양도 살 수 있냐고 물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김치찌개에 들어간 대파는 700원 정도에 불과했다.

     

    김치찌게 조리에 필요한 채소류는 남는 양이 사용한 양보다 더 많아 부담이 됐다. (사진=정원일 기자)
    김치찌게 조리에 필요한 채소류는 남는 양이 사용한 양보다 더 많아 부담이 됐다. (사진=정원일 기자)

    홍고추는 3000원어치 중 6분의 1 정도인 500원어치만이 들어갔다. 깐마늘도 3000원에 제일 작은 봉지를 구매했지만, 이 중 4분의 1(750원) 정도만을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구매한 양보다 남은 양이 훨씬 많았다.

    채소류는 보관기한도 짧아 며칠 내 사용하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1인 가구보다는 여럿이 먹을 때 훨씬 경제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돼지고기보다 비싼 ‘즉석밥’
    김치찌개 조리 후 미처 생각지 못한 음식이 발목을 잡았다.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키면 당연히 앞에 놓여 있던 공깃밥이다.

    밥솥이 없는 기자는 급히 집 앞 편의점으로 달려가 즉석밥(210g)을 구매했지만, 예상치 못한 가격에 당황했다. 김치찌개 재료비 중 두 번째로 비싼 돼지고기 가격(2320원)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보통 공깃밥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공기 반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최근 가격이 오른 영향도 크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1일부터 즉석밥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판매가를 각각 7%와 8%씩 각각 올렸다. 햇반을 시작으로 다른 즉석밥 브랜드들도 앞다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도, 밥상에 밥이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햇반을 샀다.

     

    직접 조리해 한 끼 식사로 완성한 김치찌개. (사진=정원일 기자)
    직접 조리해 한 끼 식사로 완성한 김치찌개. (사진=정원일 기자)

    ▶비용은 상황 따라 다르지만, 외식 '판정승'
    재료비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김치나 쌀 등을 대용량으로 구매한 가구는 외식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집밥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집밥을 먹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인 조리에 필요한 연료비나 뒷정리 등은 부담으로 꼽힌다.

    기자도 우여곡절 끝에 1만940원이 들어간 김치찌개를 완성했지만, 이미 밥때가 훌쩍 지난 뒤였다. 재료 손질과 김치찌개 조리에만 38분을 소비했다.

    반면 앞서 방문한 음식점에서 시킨 김치찌개가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12분에 불과했다. 숙련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기자의 경우 집밥을 먹기 위해 3배의 시간을 더 투자했다.

    이어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설거지 등 뒷정리를 하는 데 15분이 걸렸다. 먹는 시간을 빼면 대략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조리와 뒷정리에 쓴 셈이다.

    '외식'과 '집밥' 대결 결과는 다소 주관적이지만 외식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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