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드럼, 네 가지만 기억하세요! “쿵, 치, 따,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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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업] 드럼, 네 가지만 기억하세요! “쿵, 치, 따, 치”

    • 입력 2022.05.01 00:01
    • 수정 2022.05.02 00:03
    • 기자명 서충식·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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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답답함을 털어내고 빠른 일상회복이 필요한 시기.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일상을 더욱 활력 있고 다채롭게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을 해야 할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 여기를 주목해 보자. MS투데이 기자가 춘천의 놀거리와 즐길거리를 대신 경험해보고 소개하는 문화생활 고수되기 프로젝트 ‘레벨업!’

     

    문화 체험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지만, 춘천 생활 2년차인 새내기 춘천인이자 ‘문화 초보’인 기자.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두드린 곳은 지역 '문화 고수’들이 모인 춘천문화재단이었다.  "춘천의 놀거리를 추천해주세요!”라는 막연한 요청에도 당황하지 않은 재단 담당자는 여러 후보를 건네줬고, 그중 ‘춘천드럼치는사람들’이라는 모임에 첫 시선이 꽂혔다.

    2019년 연예계의 ‘부캐 신드롬’을 일으킨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유재석의 드러머 부캐(서브 캐릭터) ‘유고스타’가 떠올라서다. 문화도시 춘천에 살면서 부캐 하나 정도는 있어야 인지상정이지 않겠나. 드럼을 때리는 스틱과 몸뚱이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던 건 비밀이다.

    모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일정을 조율했다. 전화를 끝마치기 전 “드럼이 처음인데 괜찮을까요⋯?”라는 기자의 자신 없는 질문에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오세요”라는 희망찬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나 조만간 드럼 연주회에 서는 거 아니야?”라는 김칫국을 마시는 순간이었다.

     

    2006년 결성한 ‘춘천드럼치는사람들’ 모임의 드럼 연습을 기자가 1일 체험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2006년 결성한 ‘춘천드럼치는사람들’ 모임의 드럼 연습을 기자가 1일 체험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지옥의 ‘쿵, 치, 따, 치’
    퇴근 후 드럼 연주실이 있는 춘천시청소년문화의집으로 향했다. 기본기를 배우기 위해 원래 모임 시간이었던 7시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춘천드럼치는사람들’은 2006년 결성된 17년 차 드럼 모임으로, 총인원이 100여 명에 달한다. 매년 정기연주회도 개최하고 있다. 모임 대표이자 총감독을 맡은 김민영씨는 춘천시립교향악단의 수석단원이다. “걱정하지 말라”라던 자신감의 이유를 비로소 알아챘다.

    배움의 시작은 드럼을 때리는 도구인 스틱을 다루는 법이었다. 스틱과 팔이 직선이 되도록 반듯하게 잡은 상태에서 힘을 빼 던지듯이 내리치면 된다. 드럼에는 반발력이 있어 스틱에 힘을 줘 내리치면 뭉툭한 소리가 나고, 가볍게 툭 내리치면 드럼이 스틱을 자연스럽게 밀어내면서 청명한 소리가 난다. 김 감독의 설명만 들었을 때는 정확히 이해되지 않았는데, 직접 해보니 바로 와닿았다.

     

    김민영 감독의 지시에 따라 기자가 한 박자에 드럼을 한 번 치는 ‘따’를 응용해 ‘따, 따, 따, 따’를 연주하고 있다. (영상=박지영 기자)
    김민영 감독의 지시에 따라 기자가 한 박자에 드럼을 한 번 치는 ‘따’를 응용해 ‘따, 따, 따, 따’를 연주하고 있다. (영상=박지영 기자)

    다음은 드럼의 기본적인 리듬을 연습했다. 한 박자마다 드럼을 한 번 치는 리듬을 ‘따’라고 부른다. 설마 두 번 연속으로 치는 리듬은 ‘따따’라고 할까? 정답이다. 응용으로는 앞을 쉬고 뒤에만 치는 2연속 리듬은 ‘으따’, 앞에만 치고 뒤를 쉬는 2연속 리듬은 ‘따안’으로 부른다. 여기서 전한 일타 강사 김 감독의 핵심 포인트는 “초보자는 입으로 리듬을 따라 해야 실력이 빨리 는다’였다. “따 따 따 따, 따안 따안, 따 따 따 따, 으따 으따…” 다소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악보에는 드럼의 어떤 부속 악기를 쳐야 하는지 친절하게 표시돼있다. 하이햇과 베이스 드럼을 같이 표시돼있으면 ‘쿵’, 하이햇만 있으면 ‘치’, 하이햇과 스네어 드럼이 같이 있으면 ‘따’를 치면 된다. (사진=MS투데이 DB)

    이어진 연습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쿵, 치, 따, 치’. 드럼은 북 5가지, 심벌 3가지를 합해 총 8가지의 부속 악기로 구성돼있다. 이중 기본적으로 쓰이는 것이 스네어 드럼(왼손), 하이햇(오른손), 베이스 드럼(발)이다. 하이햇과 베이스 드럼을 같이 치면 ‘쿵’, 하이햇만 치면 ‘치’, 하이햇과 스네어 드럼을 같이 치면 ‘따’라고 부른다. 악보에 어떤 부속 악기를 단독으로 혹은 함께 쳐야하는지 박자마다 표시돼 있다.

    4분의 4박자 중 한 마디를 8분음표(♪) 8개로 나누는 8비트 연주가 대중음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회원들이 모두 모이기 전까지 ‘쿵, 치, 따, 치, 쿵, 치, 따, 치’를 계속해서 연습했다. 물론 이것도 손, 발과 입이 함께였다. 손과 발은 드럼을 때리고, 입으로 ‘쿵, 치, 따, 치’를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입은 ‘쿵’인데 베이스 드럼을 치지 않거나, ‘치’에 하이햇 대신 베이스 드럼을 치기도 하는 등 혼란의 연속이었다. 마치 왼손으로 원을 그리며 동시에 오른손으로 세모를 그리는 듯한 어려움이랄까. 그래도 앞으로 있을 연주 연습 때 조금이나마 따라 하기 위해 집중해 연습했다.

    ▶속이 ‘뻥’ 뚫리는 음악
    연습 시간이 되자 20명 남짓한 인원이 연습실을 채웠다. 대부분 40~50대로 보였고, 남녀 성비는 비슷했다. 스틱을 현란하게 돌리는 모습을 보고, 고수일 것 같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김 감독에게 물으니 “오늘은 제일 잘하는 분들이 연습하는 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뿔싸. 연습곡은 가수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이었고, 난해한 음표가 가득한 악보 앞에 내 손과 발도 흔들렸다.

    30분 노력의 결실일까? 악보에 반가운 '쿵, 치, 따, 쿵’이 보였다. '오늘은 이 부분이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결과는 입으로 내뱉는 ‘쿵, 치, 따, 쿵’에 그쳤고, 손과 발은 부끄러울 정도로 갈 길을 잃었다. 나머지 시간은 선배들의 현란한 드럼 실력을 감상하는 즐거움으로 채워졌다.

     

    기자가 가수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 악보의 ‘쿵, 치, 타, 쿵’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모습. 보이지는 않지만, ‘쿵’에서는 발로 베이스 드럼을 함께 치고 있다. (영상=박지영 기자)
    기자가 가수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 악보의 ‘쿵, 치, 따, 쿵’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모습. 보이지는 않지만, ‘쿵’에서는 발로 베이스 드럼을 함께 치고 있다. (영상=박지영 기자)

    취미로 드럼은 어떨까? 기자의 주관적인 의견은 “어렵지만, 그만한 매력이 있다”이다. 연습 내내 ‘속이 뻥 뚫린다’, '잘 치면 정말 재미있겠다’, ‘멋지다’ 등의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음악에 대한 이해, 악기를 다루는 센스, 꾸준한 연습 등이 필요하다. 악기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춘천드럼치는사람들의 2022년 정기연주회는 춘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지원사업’ 후원을 받아 10월 15일(토)에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정기연주회는 방탄소년단(BTS), 영탁, 남진, 자우림 등 남녀노소를 모두 좋아하는 가수의 곡들로 꾸려졌었다. 코로나19 걱정을 조금은 덜게 됐기에 오랜 집콕 생활에 지쳤다면, 강렬한 드럼 비트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는 것도 좋겠다.

    다음에는 춘천에서 무엇을 즐기며 ‘레벨업’ 해볼까.

    [서충식·박지영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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