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문인 이외수, 그가 지킨 작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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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짜’ 문인 이외수, 그가 지킨 작가 정신

    깨어 있는 원로 작가로 자리매김
    SNS 소통⋯ ‘온라인 논객’으로 활동
    독자 선택 받은 베스트셀러 소설가
    편안함 거부하며 ‘작가 정신’ 고수

    • 입력 2022.04.26 08:25
    • 수정 2022.04.27 16:4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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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가 이외수씨가 25일 별세했다. (사진=이외수 소설가 SNS)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가 이외수씨가 25일 별세했다. (사진=이외수 소설가 SNS)

    강원도 대표 작가이자 한국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 이외수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은 201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으나 2020년 3월 뇌출혈로 다시 쓰러졌다. 2년여간 투병생활을 지속하며 최근까지 재활에 힘써 왔지만 지난 3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앓던 폐렴이 악화돼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이외수는 강원도 인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5년 춘천교대에 입학했다. 춘천교대를 중퇴한 1972년,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1975년 ‘세대’지에 중편소설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정식 작가로 등단했다.

    어릴 적 화가를 꿈꾸며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 입상할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었지만 물감 살 돈이 없는 가난한 현실을 자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외수 소설가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이외수 소설가 SNS)
    이외수 소설가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이외수 소설가 SNS)

    ‘기인’ ‘괴짜’ ‘도인’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던 그는 한국 문단에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깨어 있는’ 원로 작가로서 활약해 왔다. 그는 반세기에 거쳐 장편소설 ‘들개’ ‘칼’ ‘장수하늘소’ ‘벽오금학도’와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에세이 ‘날다타조’ ‘하악하악’ 등 수십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신비체험과 초현실세계를 다루며 환상적 수법을 구사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했다. 김현 평론가는 “이외수는 김승록, 이청준, 조세희, 윤흥길, 황석영 같은 작가들이 그렇듯 언어를 통해 세상과 투쟁하려는 치열한 감수성의 흔적이 보인다”고 평했다.

    ▶부조리 꼬집던 ‘촌철살인’ 소설가

     

    이외수 소설가. (사진=연합뉴스)
    이외수 소설가. (사진=연합뉴스)

    생전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며 177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렸던 그는 개인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대중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광고, 시트콤, 라디오 등 매체 출연이 잦아지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는 ‘온라인 논객’으로 활동하며 거침없는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08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뉴라이트의 수정된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김구 선생을 테러분자라고 가르치는 세상이 왔으니 머지않아 이순신 장군을 살인마라고 가르치는 세상도 오겠다”고 비판했다. 또 이명박 정부 집권 당시 측근들의 비리가 연이어 터지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자찬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임을 증명하는 분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그는 정치성향을 단정 짓는 편견 어린 비난에 대해 “나는 부정부패에 돌직구를 날리는 것뿐”이라고 일갈했다.

    ▶편안함 거부한 ‘작가 정신’

     

    (사진=연합뉴스)
    이외수 소설가가 강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외수, 이 망할 자식아, 세상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너만은 절대로 썩지 말고 영악스럽게 글을 쓰도록. 그러나 요절하지는 말도록. 마침내 나와 나의 언어들이 아름다운 비극으로 남아서 빛나는 순수,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눈물이 되기를 빌며 살기를.”

    1975년 세대에서 ‘훈장’ 신인문학상을 탄 당시 이외수의 소감이다. 그의 다짐처럼 안주하지 않고 분노, 반성, 고백을 반복하며 작품마다 특유의 감각과 깊은 통찰력을 담아냈다. 

    ‘장수하늘소’ ‘들개’ ‘하악하악’을 비롯해 숱한 베스트셀러를 출간하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일상의 편안함을 거부하는 ‘작가 정신’을 고수하면서 중앙문단과 떨어져 지역에서 활동했다. 이외수는 춘천에서 30여년 작품활동을 이어오다 2006년 화천 ‘감성마을’로 이주했다.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산골에서 칩거하며 투병 전까지 집필 활동을 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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