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유토피아 꿈꾸는 ‘거울 속의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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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유토피아 꿈꾸는 ‘거울 속의 원더랜드’
  •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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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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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풍경’ 그리는 추상화가 최인엽 작가
개인의 감정, 사회적 감정으로 심화하는 시도
“다양한 감정에 공감하며 ‘헤테로토피아’ 느끼길”
최인엽 작가의 개인전 ‘거울 속의 원더랜드’가 열리는 개나리미술관. 전시는 5월 5일까지 열린다. (사진=조아서 기자)
최인엽 작가의 개인전 ‘거울 속의 원더랜드’가 열리는 개나리미술관. 전시는 5월 5일까지 열린다. (사진=조아서 기자)

다락방, 인디언 텐트, 목요일 오후 엄마 아빠의 침대, 거울, 묘지, 휴양지⋯. 미셸 푸코는 이를 ‘헤테로토피아’라 이름 지었다. 이상적이고 완벽한 세계이자 실제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와 대비되는 공간으로 일종의 실재하는 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

나른한 오후 몸을 반쯤 접고 들어간 다락방에서 방금과는 다른,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에 휩싸는 것처럼 말이다. 바삐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간 미술관에서 새로운 예술적 감각에 둘러싸이는 경험도 이와 비슷하다.

 

최인엽 작가가 작품 ‘기억의 지층에서 거닐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최인엽 작가가 작품 ‘기억의 지층에서 거닐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푸코는 19세기 대표적인 현실적 대안 공간으로 박물관과 도서관을 언급하는데, 추상화가 최인엽 작가는 이를 미술관까지 확장한다. 이들 공간은 시간, 형식, 취향을 가두려는 발상이 집결된 장소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는 미술관이 헤테로토피아이자, 그의 작품 자체가 헤테로토피아로서 작용한다고 믿는다.

최 작가는 하루를 감정의 축적으로 이해한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감정과 감정의 충돌이 세계를 이루고 풍경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때 내면의 서로 다른 감정들이 타인의 감정과 만나서 생기는 파동을 이미지로 나타낸다. 그는 이것을 ‘감정의 풍경’이라 부른다.

 

‘기억의 지층’. (사진=조아서 기자)
‘기억의 지층’. (사진=조아서 기자)

그의 작품 ‘기억의 지층’ ‘따뜻한 언어 속’ ‘제1층의 세계’에 나타나는 검은 오브제는 화면을 이루는 다른 형태, 색감과 달리 엉뚱한 무게감을 준다. 경계가 뚜렷한 검은 실체는 감정을 반전시키는 큰 사건이나 충격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현시대의 작가로서 개인적 감정을 사회적 감정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타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왜 나의 감정을 그려서 보여주는지 끊임없이 자문했죠. 결국 감정은 가장 큰 공감대를 일으키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주고받는 감정들이 작품에 반영되니까요.”

두루뭉술, 몽글몽글한 곡선으로 이뤄진 물체들은 공중에 부유하는 듯 무질서하게 배치돼 있다. 또 흐르고 엉키고 뭉개진 형상들은 특정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 그 자체를 표현한다. 그는 감정에 이름 붙이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복합적이고, 가변적인 감정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는 소통하면서 연상 작용으로 감정적인 운동을 해요. ‘따뜻하다’ ‘차갑다’가 단순히 온도만 뜻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그래서 전 언어로 표현되는 영역이 모두 감정이라 여겨요.”

 

‘뭉글뭉글 2의 세계’. (사진=조아서 기자)
‘뭉글뭉글 2의 세계’. (사진=조아서 기자)

표현기법으로도 복합적이고 모호한 감정을 그려낸다. ‘숲을 거닐면서’ ‘뭉글뭉글 2의 세계’ 등에서 뚜렷히 관찰되는 중첩된 이미지는 붓질을 여러 번 반복해 ‘감정이 쌓인다’는 표현을 담아낸 것이다.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듯하지만 그 속의 풍경은 변하기 마련이에요. 감정도 같죠. 비슷하게 느낄 수 있지만 매번 달라요. 다양한 감정으로 가득 찬 저의 작품을 보고 잠깐이나마 헤테로토피아를 즐길 수 있길 바라요.”

최인엽 작가가 춘천에서 여는 첫 개인전 ‘거울 속의 원더랜드’는 개나리미술관에서 5월 5일까지 만날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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