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깨고 나온 새가 날아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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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깨고 나온 새가 날아오르기까지

    홍연화 개인전 ‘Re; birth-다시, 삶으로’
    새로운 시각 갖는 순간이 곧 재탄생
    변화 시작되는 순간 포착하는 작업

    • 입력 2022.04.17 00:01
    • 수정 2022.04.18 09:50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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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연화 작가가 작품 ‘벗어나다’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홍연화 작가가 작품 ‘벗어나다’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누구나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 있어요. 재생이나 환생이 아닙니다. 이전의 모든 가치관과 시각은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변화가 바로 그 순간입니다.”

    변화는 곧 성장이다. 성장은 변화 없이 성립하지 않으며, 변화는 성장을 도모한다. 홍연화(53) 작가는 20년 전 성장통을 겪으면서 수년째 변화의 순간과 여정을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작업이란 생각과 느낌, 감정으로 존재하는 흐릿한 모습을 명료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감각적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실체는 삶의 긴 이야기를 담는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가 주목한 한 문장은 ‘다시 삶’이다.

    ‘다시 삶’은 ‘다시’와 ‘삶’으로 구성된다. ‘다시’는 이전에 무언가의 존재를 내포한다. ‘삶’은 탄생을 전제로 한다. 즉, ‘다시 삶’은 재탄생에서 시작되고 이어진다.

    “예술가로서 창의성과 독창성을 갈망했었죠. 세상에 새로운 걸 만들려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찾으려는 시도 끝에 좌절을 맛봤죠. 결국 ‘남과 다르네요’라는 말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나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을 좇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모두 피카소가 될 순 없으니까요.”

     

    홍연화 작가의 ‘날다’. (사진=조아서 기자)
    홍연화 작가의 ‘날다’. (사진=조아서 기자)

    그의 첫 번째 개인전 ‘Re; birth-다시, 삶으로’는 그간 수집한 재탄생의 순간들을 모았다. 전시된 작품 20점은 그가 춘천으로 귀향한 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작품의 총집합이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열린다.

    작품에 쓰인 재료는 아크릴, 먹, 천, 종이, 나무판 등 다양하다. 바탕에 수겹의 천을 덧대고 뜯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데콜라주 기법을 활용한다. 이렇게 획득한 우연성과 의도성은 작업의 주제인 ‘다시 삶’과도 의미가 통하는 제작 방식이다. 광목천과 먹물은 작가가 삶의 근본적인 색감이라 여기는 갈색과 흑색을 표현하는 재료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 새, 사다리, 나무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새와 사다리는 자유와 상승을, 얼굴 형태는 삶을 이야기한다.

     

    홍연화 작가의 ‘생각-두사람’. (사진=조아서 기자)
    홍연화 작가의 ‘생각-두사람’. (사진=조아서 기자)

    ‘날다’는 알을 깨는 탄생의 순간과 날아오르기까지의 삶의 과정을 담고 있는 새가 사람의 얼굴 형상에 대입돼 있다. 새의 모습이 사람의 이목구비를 나타내며 오브제들이 한곳에 집중된다.

    ‘생각-두사람’에는 작품명처럼 두 사람이 있다. 옆을 바라보는 한 사람과 그 사람에게 꽃 같은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꽃과 같은 말은 다시 얻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다.

     

    (사진=조아서 기자)
    홍연화 작가의 ‘다시 살다’. (사진=조아서 기자)

    ‘다시 살다’는 이번 전시의 유일한 설치 작품이다. 의자는 사람을 대신한다. 인간의 형체에 갇혀 있는 ‘사람’을 시간과 애정을 쏟는 사물로 대체했다. 천은 새와 사다리처럼 상승의 이미지를 갖는다.

    “다시 태어난다, 다시 살아간다는 주제는 누구의 삶에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색감은 어두울지 몰라도 의미는 새로운 삶을 향한 소망을 담고 있죠. 작품을 보고 조금이라도 관람객들과 맞닿는 지점이 있길 바랍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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